제39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군들의 '미투'(Me-Too, 상대 모방) 전략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투쟁과 개혁성을 강조하거나 감성적인 접근으로 선거권자의 표심 몰이에 나선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과 송후빈 충남의사회장이 이번엔 한의사에 대한 공개 비난으로 '할 말은 하는 후보'라는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9일 송후빈 충남의사회장은 최근 한의사협회가 의사들의 진료로 인한 부작용 사례 수집에 나섰다는 소식에 공개 비난 입장을 표명했다.
송 회장은 "더 이상 한의사들과 같이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기는 어려운 지경이 됐다"며 "이제 진지하게 건강보험에서 한방의 분리를 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의료법상 의료인의 법주에서 한의사를 분리시키고 관련 법안 또한 따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미 주무부서에서 한의계의 파업에 대한 사회적 파급이 미흡하다고 해석할 정도로 한의사의 건강보험내 보장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에서 증세없는 복지가 어렵다고 하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방의 국민건강보험에서의 제외, 분리는 시대의 흐름이라 본다"며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켜 국민들을 현혹하는 행동은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고 비난의 강도를 더했다.
최근 한의사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주장으로 인해 촉발된 민초 의사들의 성난 민심을 표심으로 수습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임수흠 서울시의사회 회장도 한의계를 향해 '바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대외적으로 '할말을 하는 후보'라는 이미지 구축에 동참했다.
임 회장은 "한방의 과학화라는 자가당착에 빠져 기회를 틈타 의사들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한방은 의료를 비전문적인 분야로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심지어 단체의 수장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판결까지 부정하며 단식 농성을 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는 단순한 경제 수단으로 격하될 수 없고 비전문가가 흉내낸다고 해서 따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란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의사이며, 전문가이며, 그 능력(ability)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던 빌 클린턴 후보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유명한 어귀를 남겼다"며 "저는 정부와 한의계에 'It's the ability, stupid'란 말을 남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사회는 임수흠 회장의 발언을 종합한 듯 의사회 차원의 공식적인 한의계 비판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임수흠, 송후빈 회장 모두 의협 회장에 출사표를 던지겠다는 공언 이후 한의사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최근 투쟁성 강조나 감성적인 접근, 개혁성의 강조 발언이 많아졌다는 점에서도 두 후보의 접근 방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미투' 전략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임수흠 회장은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강하다!" "죽더라도 싸우다 죽겠다!"는 언급으로 투쟁성을 약속했고, 송후빈 회장 역시 "지금 해야할 것은 개혁을 넘은 혁명…개혁으로 안 되면 혁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언급으로 투쟁성과 개혁성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