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님, 저 실손보험료 때문에 그러는데 입원해서 검사받을 수 없을까요." A중소병원장은 하루에도 수차례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서 환자를 설득해봤지만 몇차례 환자 민원으로 이어진 이후로는 환자의 요구에 맞춰서 해주고 있다.
# "옆에 병원은 다 해준다는 데 이 병원은 왜 이러나요?" B중소병원장은 오늘 또 환자와 낯을 붉혔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불필요한 검사를 요구해 설득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 모른 척하고 해주면 그만이지만 의사로서의 소신을 지키고 싶어 몇마디 한 것이 일이 커졌다.
최근 실손보험 가입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 환자들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가 의료기관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게다가 심평원이 실손보험료 심사를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어 자칫 환자의 모럴해저드 현상에 대한 모든 책임이 의료기관에 전가되는 게 아니느냐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부담이 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 입원일수 연장 및 각종 검사가 급증하는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의료기관에 묻고 있다는 점이다.
일선 중소병원장들은 "보험사가 보험 상품 설계를 잘못한 것의 책임을 왜 의료기관에 지우는 것이냐"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A중소병원장은 "환자가 필요할 때 쓰려고 실손보험에 가입해둔 것인데 의료진이 설득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보험은 보험사와 가입자간의 계약인데 이들의 갈등이 의료기관에서 불거지면서 환자민원 요인만 늘고 있다는 것이다.
B중소병원장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의 의료이용률이 높은 것을 두고 마치 의료기관이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건보재정까지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요구로 불필요한 입원 및 검사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재정에 누수가 생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선 의료진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당일 MRI촬영할 수 있는 환자가 실손보험을 이유로 입원을 하면 비급여 검사에 대해서는 실손보험사가 지급하지만 입원비 이외 식대 등 건강보험 영역에 해당하는 부수적인 부분에선 손실이 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소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요구는 건강보험 가입자들과 전혀 다르다"라면서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 액수만큼 의료 이용에 대한 욕구도 높은데 이를 의료기관에서 통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실손보험료 심사를 심평원에 이관하는 방안은 손보사 배불리기 정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이미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이의신청 등 이의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상황에서 심사 기관을 두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