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자본잠식이자 파산 상태다." -제67차 정기총회 의협 감사단 보고서
대한의사협회의 재무 상태가 '파산 상태'라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온 직후부터 추무진 의협 회장이 단단히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관행처럼 굳어진 별도의 취임식을 '정기총회 취임식'으로 대체한 추 회장은 "협회 살리기에 체면과 허례허식 모두를 버렸다"며 회비 납부 독려를 위한 병원장 면담과 법인카드 단속까지 벌이고 있다.
27일 의협 추무진 회장이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한 병원장 릴레이 면담과 법인카드 단속까지 재정 건전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6일 개최된 제67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협 감사단은 의협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이슈로 올리며 의협의 '파산'을 경고했다.
실제로 의협은 수년 째 지속적인 회비 납부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 80% 내외의 회비납부율이 2012년 65%를 거쳐 지난해 59.9%로 떨어지며 2012년 13억원 적자, 2013년 7800만원 적자, 2014년 2.2억원 적자가 누적된 상황이다.
2.8억원의 기금 총액 적자부터 36억원의 퇴직급여충당금 부족, 특히 교수들의 회비 납부 거부로 인한 9억원의 회비 징수 감소 등이 재정 부담으로 이어져 이른바 자본잠식이자 파산 상태에 빠졌다는 게 의협 감사단의 진단.
이에 추무진 회장은 "회비 납부율이 10% 정도 줄어들며 9억원이 덜 걷혔다"며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두 번의 선거 일정, 비상대책위원회 예산까지 지출의 폭까지 커져 적자 회계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3년 임기의 집행부가 폭탄돌리기 형식으로 재정 적자를 다음 집행부로 계속 미뤄왔던 게 사실이다"며 "언젠가 터질 폭탄이라면 지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화 작업의 일환으로 임직원 등에게 배부한 법인카드를 수거해 과다 지출을 막고, 예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지출에는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는 게 추무진 회장의 설명.
그는 "협회의 재무 안정을 위해 체면과 허례허식을 모두 버리기로 결심했다"며 "관행처럼 굳어진 별도의 협회장 취임식을 아예 정기총회에서 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추 회장은 처음으로 제67차 정기총회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협회장 임기가 5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보통은 정기총회 이후 별도의 취임식을 개최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정기총회 일정에 맞춰 취임식을 진행하면서 비용 지출이 '0원'을 기록했다는 게 추 회장의 설명이다.
36대 경만호 집행부는 국회의원과의 관계 개선 등을 이유로 취임식(인수위 구성·운용 포함)에 5천만원을 사용했다. 비용만 놓고 보면 추무진 집행부가 큰 폭의 재정 절감을 이뤄낸 셈이다.
추무진 회장은 "협회가 있어야 회원들도 있고, 회원들이 있어야 협회가 있다"며 "협회를 살리는데 가장 중요한 기반이 회비이기 때문에 서울 시내의 릴레이 병원장 면담을 통해 회비 납부를 독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비 납부의 중요성을 알리기위해 오늘 서울대병원장 면담을 시작으로 향후 지역의사회까지 순방할 계획이다"며 "회원들에게만 회비를 강요하지 않고, 회장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 단 한푼의 회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점을 확실히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