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을 입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간호사가 메르스 확진을 받으면서 공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병원은 일반 마스크를 지급한 채 의료진을 메르스 최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호복은 커녕 N95 마스크조차 공급이 부족해 황사 마스크를 쓰는 것은 물론, 일부에서는 마스크를 세탁해 재활용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는 것.
메스르 안심병원으로 지정된 A대학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A대학병원은 선별진료소 근무 인원을 제외하고 대다수 의료진들이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병원 입구에서 체열을 하며 의심 환자를 걸러내는 예진 인력들도 개인적으로 마련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서고 있다.
A대학병원 의료진은 "서울대병원이나 국립의료원 등에는 방호복과 N95 마스크가 보급됐다고 하는데 우리 병원에는 선별진료소 인원 외에는 구경도 못해봤다"며 "그나마 초기에는 일부 물량이 있었지만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며 모두 소진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A대학병원만의 얘기가 아니다. 아직 메스르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은 대학병원이나 중소병원들의 의료진들은 제대로된 방호 장비를 착용하는 경우가 드문 상황이다.
B대학병원도 고작 5벌의 방호복으로 메르스와 맞서고 있다. N95마스크도 선별진료소와 국민안심클리닉에 근무중인 의료진에게만 지급되고 있다.
응급의료센터나 호흡기내과 병동에 근무중인 의료진은 방호복은 커냥 N95마스크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방호복을 입고도 감염된다는데 마스크하나 덜렁 쓰고 있으니 어떻게 불안하지 않겠냐"며 "제발 환자가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병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다. 방호복은 물론 N95마스크를 구하기 조차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원활히 보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그나마 예전에 사놓은 방호복이 몇벌 있어 활용하는 것이지 서울대병원에서 쓰는 방호복은 구경도 못해봤다"며 "N95 마스크 또한 병원에서 수소문해서 겨우 구한 것으로 보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실 이같은 방호 장비들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지급해야 하는 것들"이라며 "아무 것도 주지 않고서 방호의 구멍을 지적하면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물론,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는 예비비 형식으로 500억원의 예산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서울시 등도 100억원이 넘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 방호 장비와 물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들에서는 이러한 긴급 구제책이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는 상황. 도대체 어디로 예산이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B대병원 관계자는 "연일 긴급 예산을 편성했다고 보도는 나오는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병원에는 마스크 하나도 온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장 확진자가 나오거나 스쳐간 병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안심병원으로 지정을 했다면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