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부로부터 받은 것은 마스크 한 장밖에 없다. 행정처분이 무서워 발열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상황이 오히려 메르스 전파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메르스 방역 대책에 대한 어려움이 의원급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발열 환자가 안내 절차를 무시하고 의원에 들어오는가 하면, 의심환자의 전원 조치마저 '진료 거부'의 족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경기도의사회는 오후 8시부터 경기도의사회관에서 경기도청과 함께 '메르스 대책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방역 시스템을 집중 점검했다.
이번 간담회는 경기도의사회와 경기도청이 메르스 확산 저지를 위한 의원급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루면서 마련됐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는 일선 개원의들이 겪는 메르스 전염 확산 방지책에 대한 불만과 해결 방안 촉구가 줄을 이었다.
이희영 경기도청 감염병관리본부 부본부장은 "메르스 확산 저지에 함께 노력하고 있는 의원급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메르스와 관련한 진료 현장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말해 달라"고 주문했다.
개원의들의 우려와 불만은 주로 정부의 지침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데 집중됐다.
최동락 시흥시의사회 회장은 "주로 고령 환자의 경우 불쑥 의원으로 들어와 열이 있다고 한다"며 "이런 환자가 실제 메르스 환자라면 바로 의료기관 전체가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에서는 마땅히 손 쓸 도리가 없다"며 "확진 환자가 나오면 기관이 폐쇄되는 걸 알면서도 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도 없어 원장들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명현 광주시의사회장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발열 환자는 들어오지 말라고 안내문을 붙였어도 메르스 의심 환자는 아랑곳없이 그냥 밀고 들어온다"며 "이런 상황에서 방호복과 마스크,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도 30대 후반 여자 환자가 열이 난다고 하면서 바로 의원 안으로 들어왔다'며 "보건소로 가라고 하면 진료거부 문제를 들고 나올까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진료거부의 족쇄 때문에 고열 환자를 울며 겨자먹기로 진료하는 상황이 오히려 메르스 확산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 게다가 1회용 방호복이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료하라는 권고 역시 개원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심욱섭 고양시의사회 회장은 "메르스 환자 진료거부시 행정처분을 한다고 하니 회원들이 격앙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정부로부터 받은 것은 마스크 한 장밖에 없는데 무방비로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은 불합리 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기도의사회는 국민들의 병원 진료 기피 현상으로 메르스 경유, 발병과 관련 없는 의원들도 20%에서 70%에 달하는 환자 감소를 겪고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평택의 경우 70%, 수원·화성·오산 50%, 광주 20%의 환자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 격리·폐쇄 조치 병의원은 외래 60%, 입원 40% 감소를 겪고 있어 사실상 메르스 노출 및 경유 병원의 경우 폐업이나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경기도 내 시군구의사회 회장들은 ▲메르스 진료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 보전 ▲보호 장구류 지급 ▲진료거부의 기준 현실화 ▲밀접 접촉자의 개념 명확화 등을 주문했다.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는 "장비 지원 부분은 도의 예산을 확인해서 보고 드리겠다"며 "경기도 차원에서 마련한 방역 시스템과 내용, 절차가 있으니 개원가에서도 이를 적극 홍보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