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에서 온 환자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해당 병원에서 타던 약을 그대로 처방하면 삭감되기 때문이다."
메르스 확산과 그에 따른 삼성서울병원의 폐쇄 조치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거부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재진 외래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해도 처방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했지만 실제로 의원급은 "3차 기관에서 사용하던 약을 1차 기관에서 처방했다"는 이유로 삭감 압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메르스 관련 병의원의 환자를 보고 싶어도 다른 병의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3일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와 의료계 등에 문의한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삼성서울병원 재진 외래 환자의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 폐쇄와 관련 해당 병원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협력 병의원이나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진료를 받고 의약품을 처방받도록 조치했다.
또 복지부는 메르스 관련 병의원에서 온 환자나 메르스 의심 환자에 대해 진료 거부를 할 경우 의료법에 의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및 자격정지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
문제는 삼성서울병원의 재진 외래 환자가 의원급으로 온 경우 기존에 타던 약을 그대로 처방한 경우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A 개원의는 "정부는 메르스 의심 환자나 메르스 병원에 다녔던 환자를 진료 거부하지 말라고 한다"며 "하지만 마음 편히 진료를 볼 수 없는 상황을 정부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메르스 의심 환자가 확진 환자로 밝혀지면 2주간의 폐쇄에 따른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며 "삼성서울병원의 재진 외래 환자의 처방시 삭감이 없다고 약속하는 등의 조치가 없는데 어떻게 편히 진료를 볼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행 급여기준상 일부 고가약은 특정 검사 결과가 있어야만 급여 적용이 된다. 특정 검사없이 의원급이 환자의 요구대로 기존 처방전 그대로 처방해 줬다가는 삭감되기 일쑤라는 소리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현행 급여기준상 특정 고가약 등은 검사 결과가 있어야만 급여 적용이 되고 일부 검사는 상급병원에서만 가능한 부분도 있다"며 "의원들이 상급종병에서 온 환자의 요구대로 처방을 했다가 삭감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만원의 진찰료를 받고 14만원의 약제비를 토해내는 사례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데 의원급의 진료를 강제화 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며 "정부도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고 진료 거부를 운운해야 하는 게 순리"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메르스 관련 진료 거부를 하지 말라고 의료진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 메르스 관련 병의원 환자를 진료하고 싶어도 삭감이 두려워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인석 이사는 "어제 심사평가원을 찾아 진료 거부 조치에 대한 불합리한 점을 설명하고 개선을 촉구했다"며 "최소한 메르스 사태와 간련해 1차 의료기관이 3차 의료기관의 처방 약제를 그대로 처방하더라도 삭감 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의료진들이 마음놓고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