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한의사의 보건(지)소 의무 배치 방안을 포함한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 의사 외에 약사와 간호사 등의 공무원 인력을 보건소장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자 복지부가 의도적으로 특정 직역에 공무원 TO를 챙겨주려 한다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반면 복지부는 한방 건강증진 사업에 대한 국민의 수요를 감안해 한의사의 배치 기준을 늘렸을 뿐이라며 의료계가 과민반응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만나 개정안에 대한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의사협회 내부에서는 개정안만큼은 결사 저지하겠다는 분위기여서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메르스 교훈 잊었나? 의료는 전문가에게 맡겨라"
이번 개정안에서 의료계의 반발을 산 부분은 '보건소 및 보건지소 전문 인력 최소 배치 기준에 한의사를 추가한다'는 조항이다.
덧붙여 복지부는 의사와 보건의무직군 공무원만 가능했던 보건소장 임용 범위에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 쉽게 말해 약사와 간호사 등을 포함했다.
의료계는 복지부가 메르스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며 반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개정안 어디에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의협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로 보건소의 역할 재정립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보건소를 감염병 예방과 질병 관리에 집중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마당에 한의사를 의무 배치하겠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게다가 보건소장의 임용 범위에 약사나 간호사가 들어가는 것은 보건소장을 나눠먹기 하겠다는 말로만 들린다"며 "보건소의 기능 재정립과 인천, 경기도 지역에서 보건소장 내정설이 터진 이 시점에서 왜 복지부가 이런 개정안을 들고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이번 개정안을 복지부의 공무원 챙겨주기, 특정 직역 편애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
의협 모 이사는 "복지부가 한 마디 상의없이 이번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을 두고 의협 내부에서는 '복지부가 폭탄을 던졌다'는 표현도 쓴다"며 "전국 시도의사회에 의견조회를 하고 있지만 여론이 격앙 수준이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비상대책위원회에도 이 건을 보고하고 내부에서도 반대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로 보건소의 기능재정립을 기대했던 협회로서는 당황스러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의협 내부에서는 입법예고 철회를 위해 파업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만나서 설명할 것…오해 때문에 과민반응"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상 복지부가 자초했다. 개정안 어디에도 한의사를 왜 추가하는지에 대한 마땅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공표한 개정 사유는 "보건소의 기능을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관리에 적합하도록 재정비하고,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라는 단서가 전부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사실 의료계가 과민반응하는 것에 놀랐다"며 "개정안에 개정 이유가 누락된 부분이 있어 의료계가 걱정하는 것 같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우려할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한의사 의무 배치 기준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한 것일 뿐 공무원 TO를 준다는 개념이 절대 아니다"며 "복지부에는 인사권도 없고 결국 한의사를 계약직이든, 정식 공무원이 됐든 채용하는 문제는 해당 지자체가 알아서 할 일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게다가 한방 건강증진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있었고 한의사들의 공보의 배출 인력에 대한 요구, 덧붙여 국회의원들도 다양한 건강증진 사업 확대에 대한 주문이 있었다"며 "그 일환으로 한의사를 추가해 넣은 것일 뿐이다"고 밝혔다.
한의사의 의무 배치 기준 마련은 부항, 뜸, 침 등 노인들의 수요가 있는 한방 건강증진 사업에 맞춰 기획된 것이기 때문에 의료계가 말하는 '보건소 기능재정립' 문제와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증진센터에 간호사와 물리치료사가 포함되듯이 한의사도 포함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개정안은 절대 직역간의 몰아주기나 편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보건소와 보건지소에는 한의사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돼 있고 최소 인력 기준은 한의사 공보의로도 대체가 가능하다"며 "건강증진 사업과 메디컬 진료 파트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너무 확대해석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보건소장 임용 대상 확대 역시 인권위가 의사 우선 채용 부분을 개정하라는 권고도 있었고, 지방 보건소에서는 의사 보건소장 채용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해 개정한 것이다"며 "개정안에 자세한 설명이 없어 오해가 있는 만큼 조만간 의협과 만나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