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 수렁속에 빠져 버린 내과|
내과의 몰락이 심상치 않다. 사상 초유의 전공의 미달 사태에 대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수련포기자가 속출하며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결국 정원 미달에 이은 업무 부담으로 수련을 포기하고 이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시 미달이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13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A수련병원 내과 전공의 2명이 수련을 포기하고 병원에 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이미 정원에 미달됐던 A병원은 1년차 전공의가 1명 밖에 남지 않은 상황. 더욱이 이 전공의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병원 관계자는 "병원과의 갈등보다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원이 수차례 설득했지만 결국 1명만 병원으로 돌아온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A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점 대학병원으로 명문 수련병원의 위상을 보이던 병원에서도 수련포기자가 나오면서 내과의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방의 거점병원인 B대학병원에서도 수련 시작 1달만에 내과 전공의 1명이 수련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C대병원에서는 전공의 모집에 합격하고도 아예 등록을 하지 않는 사태도 벌어졌다.
전공의 미달 사태가 수련 포기를 부르고 인력 부족에 대한 부담감으로 또 다시 정원이 미달되는 악화일로가 이미 시작됐다는 뜻이다.
내과는 그간 '안정'의 대명사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봉직과 개원의 길이 둘다 열려있는데다 대표적 보험과목으로 안정적 수입을 보장받는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그러나 분과가 세분화되며 수련기간이 늘어나고 정부 정책이 외과의 중증 수술에 매몰되면서 내과를 외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내과의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이같은 현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2010년 1.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내과는 2011년 1.39대 1, 2012년 1.34대 1, 2013년 1.29대 1로 점점 인기가 둔화됐다.
이어 2014년도에는 1.09대 1로 겨우 정원을 넘기더니 2015년에는 0.92대 1로 사상 첫 미달 사태를 맞았다.
수련포기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원에 미달되면서 업무가 과중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후 미달 사태가 가속화되면 후배 또한 줄어든다는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는 셈이다.
내과학회 관계자는 "편향된 정부 정책으로 인해 내과의 미래를 어둡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내과는 대학병원 병상의 40%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달과 수련 포기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으로서는 호스피탈리스트가 시급한 대안이지만 메르스 사태 등으로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며 "하루 빨리 논의를 진행해 당장 내년이라도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