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② = 2015년도 후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추락하는 내과에 날개는 없었다.
그나마 기대를 품었던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들조차 지원자가 전무한 참담한 결과를 맞았고 그나마 일부 대형병원만이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메디칼타임즈는 후반기 전공의 모집 원서 접수 마감일인 18일 전국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지원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올해 전반기 모집에서 미달사태를 맞은 내과는 후반기 모집에서도 구멍을 메꾸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이 125명에 달했지만 지원자는 20여명도 되지 않았다.
이번 후반기 모집에서 내과 정원을 채운 곳은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4병원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대형병원인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이번 후반기 모집에 4명의 정원 중 1명 밖에 채우지 못했고 건국대병원도 2명 모집에 지원자는 단 한명에 불과했다.
인근 수도권도 상황은 처참했다. 길병원은 5명의 결원을 채우고자 노력했지만 원서는 한장 밖에 접수되지 않았고,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5명 정원 중 지원자가 전무했다.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내과 기피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지원자가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방의 거점 국립대병원조차 사정은 비슷했다.
부산대병원은 무려 6명의 정원을 내걸었지만 지원자가 전무했고 경북대병원,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강원대병원, 제주대병원 모두 지원자수는 '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내과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으로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하는 등 수련환경 개선에 나선 원주세브란스기록병원도 정원 4명 중 단 한명도 채우지 못해 한숨을 자아냈다.
중소병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메리놀병원이 단 한장도 원서를 받지 못한데 이어 안양샘병원, 포항성모병원 등도 접수 기간 내내 한명의 지원자도 만나지 못했다.
빅4병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수련병원이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극심한 기피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A 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불과 1년만에 내과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바뀔줄은 몰랐다"며 "서울권 대학병원들조차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은 쉽게 넘길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내과학회도 이러한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의학의 기본인 내과가 무너지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다.
대한내과학회 관계자는 "하루 빨리 지금의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면 내년에는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외과와 흉부외과처럼 뒤늦게 처방이 내려질 경우 전국 대학병원이 흔들리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