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예방 접종 당일 진료비 청구시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진료비를 환수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세우자, 덤핑기관에 대한 우선적인 조사 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접종비가 낮은 기관에서 주로 허위 진찰료 청구가 빈번하기 때문에 예방백신의 공급 장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예방접종 수량의 자료 확인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으로 얼마든지 진찰료의 허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서울개원내과의사회는 나인트리컨벤션센터에서 제19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최근 의료계의 현안과 대응책 등을 모색했다.
내과에서 예방접종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날 화두는 공단의 예방접종 당일 진찰료 청구 환수 완화 조치에 초점이 모아졌다.
앞서 건강보험공단 측이 비급여 예방접종 후 진찰료를 청구한 의사들을 환수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적법한 진료'를 증빙하면 환수 대상서 구제하는 방안을 심의, 의결한 바 있다.
처방전 발행 또는 검사를 시행한 경우 '처방전 발행', '검사료 청구'로 표기해 제출하거나 진료기록부 내용 등을 참조해 예방접종 외 각종 만성질환 등 진료 사실이 명확한 경우 환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증빙서류도 진료기록부 제출 후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또는 영수증, 검사기록지, 진료의뢰서 중 1종만 제출하는 방향으로 완화됐다.
김종웅 회장은 "공단이 진찰료 청구 증명을 간소화했지만 결코 병의원의 행정 업무 부담이 적은 편이 아니다"며 "하루 진료를 모두 마친 후 4년치에 해당하는 자료를 일일이 찾아 자료를 취합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예방접종 과정에서 환자들이 피부 트러블 등 다양한 증상을 묻곤 한다"며 "의사들이 그런 환자를 진료한 후 별도 청구를 하는 것인데 이를 불법으로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병의원은 접종 과정에서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면 같이 진료를 보고 전자 차트 등에 기록 후 별도로 청구를 한다"며 "그런 과정없이 진찰료를 별도 청구하는 기관은 주로 덤핑 기관이 많다"고 주장했다.
전자차트의 기능이 좋아져 대부분의 원장들이 상담, 진료한 경우 이를 차트에 기록해 두기 때문에 불법이 거의 없다는 것. 하지만 덤핑 기관들은 낮은 접종비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진찰없이 진찰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모든 병의원이 예방접종 환자를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지 않는다"며 "실제로 환자 중에는 이미 예방접종을 맞고도 기록이 뜨지 않아 예방접종을 또 맞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본에 예방접종 기록을 잘 보고하지 않은 곳은 부당 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곳이기 때문에 신고 불성실 기관을 중심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며 "이런 방식의 조사가 아니라면 오히려 질본에 성실히 신고를 한 곳만 집중 조사를 받는 불상사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독감예방백신을 판매하는 제약사가 10곳 내외이니 이 자료만으로도 어느 병의원에 얼만큼 백신이 공급됐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며 "예방백신 제공 수량과 예방접종 후 병의원이 질본에 등록한 수량을 비교해 차이가 나는 곳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단과 질본이 가지고 있는 자료만으로도 기술적으로 실제 진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공단이 제대로 덤핑 기관을 솎아내면 향후 의료계는 공단과 충분히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