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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후보자, '의사'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이유는?

이창진
발행날짜: 2015-08-25 05:40:51

24일 인사청문회, 원격의료·의약분업 태도 변화 "국민건강이 최우선"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던 의사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의 행정가로 변신했다."

이는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바라본 보건․의료계 전문가의 총평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4일 정진엽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후보자 발표 직후 논란이 됐던 논문표절, 원격의료 도입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논란에 대한 입장 등을 집중 추궁했다.

선택분업 옹호하다 신중론으로 돌아선 장관 후보자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부분은 정 후보자의 태도 변화다.

분당서울대병원장을 거치는 등 의사로서 활약하던 때 주장하던 내용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선택분업 도입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은 "대한병원협회 재무위원장과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사로서 활동한 것으로 안다"며 "의약분업을 선택분업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정 후보자는 당시 병협 성상철 회장(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추진하던 선택분업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등 선택분업으로 개편하자는 것을 동의했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솔직히 말하자면 분당서울대병원장 재직 중 병협에서 하는 회의에 참석을 못했다"며 "의약분업의 경우 모든 제도의 단점이 있겠지만 하나를 풀면 잘못하다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해명했다.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는 원격의료 도입 논란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야당이 원격의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과 당뇨 환자를 원격의료로 진단과 처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후보자가 의대 교수 재직 중 건강관리 측면에서 원격의료는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은 대면진료를 먼저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대도시 환자 대상은 필요없다"며 "원격의료 목적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벽지 등에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의료영리화 추진 우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정 후보자는 "내가 U-헬스에 관심이 있어 우려하는 것 같은데 의료영리화는 추진할 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오히려 국민건강 보장성을 높이고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어 "의료영리화를 하게 되면 사보험 자체가 의료계에 압력단체가 될 수 있고, 공공의료와 건강보험 시스템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영리화와 의료민영화 단어 자체가 의료계 본질을 호도하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영리화와 같은 맥락에서 거론되고 있는 법인약국 설립 추진에 대해선 "좋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노인정액제 2만원 인상 공감…한의사 의료기기 신중"

그러면서도 의사인 만큼 의료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던 제도들에 대한 개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의원급 손톱 밑 가시로 여겨졌던 노인정액제다.

정진엽 후보자는 "노인정액제는 노인층이 많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면서 "진료비는 올랐는데 1만 5000원 정액구간 설정은 의료현장에서 부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2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고 전제하고 "다만, 제도를 개선했을 때 투입될 예산 규모는 검토하지 못했다"며 신중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또한 한의사의 엑스레이와 초음파 등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직역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장관이 되면 우선 협의체를 통해 전문가적 견해를 바탕으로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와 관련해서도 엄격한 잣대로 바라보겠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의료법인 부대사업 관련 "의료법인에서 전문성이 없는 분야를 역량 있는 자들에게 자법인을 만들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것으로 인해 우리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법인 문제는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감시하고, 적발 시 즉시 제재 조취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료사회 특정 학연·지연 인사 개선해야"

보건·의료제도와 달리 복지 분야에 취약한 정 후보자에 대해 장관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보건과 복지를 아우르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며 "야당이 부적격 판정내려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은 의료산업화,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 후보자를 복지부 장관으로서 부적격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보건·복지에 대한 산적한 문제를 제대로 헤쳐나갈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동시에 장관 임명 시 복지부 내부 학연·지연 인사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같은 당 김용익 의원은 "복지부 공무원들이 예전에 비해 업무파악 능력 떨어진다"며 "법안소위, 예산소위 질의하면 내용 파악 잘 못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특정 지역, 특정학교 복지부 내부 주도권 두고 말들이 많다"며 "장관 임명 시 제대로 파악하고 인사조직관리 제대로 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5일 정진엽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