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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부담 무서워 환자에게 사과 못하는 현실 아쉽다"

발행날짜: 2015-10-15 05:10:09

이상일 교수 "환자안전사고 보고 대한 의료기관 법적 보호 뒷받침돼야"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환자안전법은 향후 추가 입법이 필요할 정도로 아쉬움이 많은 법이다."

지난 14일 열린 환자안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만난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현재 정부가 막바지 작업 중인 환자안전법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
그는 이 같은 조건에서 의료계 내부에서 법 시행을 두고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며 향후 법 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앞서 이상일 교수는 환자안전학회 창립 이전 연구회 시절부터 환자안전법의 필요성에 대해 제안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은 대대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자안전법 시행 이전에 의료기관 내부 보고 및 개선에 대해 법적인 보호.

그는 "미국의 경우 보고한 내용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해주고 있다"면서 "한국도 의료사고 등 각종 환자안전사고를 보고했을 때 법적인 보호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법안에는 포함이 안 돼 아쉽다"고 전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환자 및 보호자의 고통에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들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면 법적으로 불리하게 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미국,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면 의사가 진심으로 사과할 경우 의료소송이 감소하고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기간이 짧아지는 등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많지만 한국은 여전히 환자에게 사과를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환자안전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통해서라도 의사의 사과가 법적소송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이 또한 이번 법에는 포함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환자안전법은 환자의 안전에 대해서만 다룰 게 아니라 의사 등 제2의 피해자에 대한 보호방안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도 괴롭지만 의사 또한 당황스러움과 죄책감으로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때 제도적으로 근무 환경을 바꿔주거나 휴가를 주는 등 정책적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심각한 과실에 대해서는 신고를 의무화할 것을 주장했다.

대부분의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자율보고 및 비밀보호 체계를 유지하되, 중대한 과실에 대해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해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

가령, 수술 중 뱃속에 가위를 넣고 봉합을 했다던지,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하는데 오른쪽 다리를 수술하는 등 터무니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 호주, 싱가폴,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극히 일부 항목(중대한 사고)에 대해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이를 위반했을 때 벌칙조항을 두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