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때 활용한 전자투표 시스템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던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이 정작 선거 무효 논란의 장본인이 될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 4월 임수흠 의장은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벌어진 이창 후보와 결선 투표에서 득표수가 같아 결국 재투표 끝에 의장에 등극했다.
하지만 최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에서 "득표 수가 같을 때는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규정이 발견되면서 임수흠 의장의 당선 대신 연장자인 이창 후보가 당선됐어야 한다는 논란이 불붙을 조짐이다.
19일 메디칼타임즈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을 입수, 살펴본 결과 의장 후보의 동점자 발생 때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규정을 확인했다.
지난 4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벌어진 제28대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선거는 유례없는 초박빙 승부를 연출했었다.
1차 투표에서 임수흠-이창 후보가 1표차를 나타낸 데 이어 2차 결선 투표에서 동수가 나오는 초유의 결과가 나왔지만, 결국 3차 투표에서 임 후보는 이창 후보를 2표차(111표 대 109표)로 따돌리고 신승했다.
당시 변영우 의장은 결선 투표에서 투표 동점자에 대한 규정은 정관에 없다며 대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3차 투표를 진행했다.
문제는 결선 투표의 동점자에 대한 규정이 대의원회 운영 및 운영위원회 규정에서 발견됐다는 점.
대의원회 운영 및 운영위원회 규정 제12조(대의원회 의장, 부의장, 부회장, 감사의 선출) 1항은 대의원회 의장은 총회에서 무기명투표 방법에 의해 재석 대의원 과반수이상의 득표자로 선출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의장선거의 제1차 투표에서 재석 대의원 과반수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득표 순위 1, 2위인 후보에 대해 결선투표를 해 다수 득표자로 선출한다고 명시했다.
중요한 점은 제79조(표결방법)에서 동점자에 대한 규정이 명확히 나타나 있다는 점이다.
제79조 5항은 대의원총회에서 실시하는 각종 선거는 투표 결과 당선자가 없을 때 최고득표자와 차점자에 대해 결선투표를 진행,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지만 득표수가 같을 때는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임수흠 의장은 1955년생으로 이 규정에 따르면 1954년생인 이창 후보가 당선자가 됐어야 한다.
당시 변영우 의장이 두 후보의 동수 투표와 관련한 규정이 없다며 재투표를 진행한 것은 운영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데서 빚어진 일이라는 소리다.
현재 임수흠 의장과 이창 전 후보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창 전 후보는 "해당 문제를 최근 들어 알고 있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이야기도 섣불리 하기 힘들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와 관련해서는 대의원회와 운영위 모두가 부끄럽고 책임이 있다"며 "결코 변영우 의장을 비난하거나 원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차적으로 회의 진행 자체가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변 의장이 결선 투표의 동수 관련 사항이 없다고 확언했다"며 "여러 사람들이 그 말을 다 믿으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해서는 (임수흠 의장의 직무를) 중단시키고 법률 검토를 해야하는 것 같다"며 "지금 당사자인 임 의장과 법제담당자,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모두 해당 내용을 몰랐기 때문에 민망하고 난감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임 의장과 이 건에 대해 지난 주 통화를 했다"며 "임 의장은 그저 당혹스럽고 곤혹스럽다는 정도만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건과 관련해 메디칼타임즈는 임수흠 의장과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