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부터 포항시 내 700병상 규모의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해온 포항선린병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다.
지난 8월, 부도처리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적극 나서는 투자자가 없어 앞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역거점 수련병원이 한순간에 '와르르'
선린병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의사 90여명(인턴 및 레지던트 포함)에 간호사 400여명 등 전체 임직원 800여명에 달하는 의료기관으로 응급의료기관평가 최우수 등급을 받으며 묵묵히 지역 거점병원 자리를 지켜왔다.
또한 수련병원으로서 전공의 수련을 맡아왔는가 하면 선린병원 재단은 선린대학교(전신 포항간호전문대)를 운영하며 간호사 양성에도 일조해왔다.
하지만 현재 선린병원에 남은 의료진은 의사 8명, 간호사 50명으로 내과(신장내과, 심장내과, 감염내과, 내분비내과), 외과,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일부 진료과만이 운영 중으로 직원들은 1년치 월급을 못받은 상태다.
특히 지역 내 역할이 컸던 만큼 병원 부도처리 이후 관련 제약도매상, 의료장비 납품업체 등 지역 경제까지 휘청이고 있다.
지금의 부도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최대 대안은 법정관리를 통한 인수합병. 대구지방법원은 대리인을 통해 선린병원 운영을 이어갈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선뜻 나서는 투자자가 없는 상태다.
잘나가던 병원, 왜 부도에 이르렀나
선린병원이 최종부도처리 된 배경에는 병원 경영진의 무리한 투자가 결정적이었다.
앞서 경영진은 지역 내 신설대학인 H대학에 인산의료재단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통합을 추진했고 H대학 재단의 경영난이 병원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급기야 부도에 이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고의로 부도를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재단 이사진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 노조 측이 재단 이사진을 대상으로 업무상 배임, 재단에 손실을 끼친 점을 이유로 포항북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키로 결정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이와 더불어 노조 측은 인산의료재단 이사진 퇴진 및 선린병원 회생에 대한 전직원 탄원서를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선린병원의 부도를 두고 병원계는 "안그래도 병원계 전체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씁쓸한 소식"이라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반세기를 넘은 역사를 바탕으로 수련병원에 간호대학까지 운영을 해왔던 의료기관도 부도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모 중소병원 간호부장은 "내 모교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재단인만큼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소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은 "나 또한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씁쓸하다"며 "이와 관련해 중소병원의 회생절차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