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외과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 준비가 순항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합병증 감소와 환자 만족도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두며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
이러한 자료가 과연 보건복지부가 수가를 신설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지가 외과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호스피탈리스트 필요성 공감…"비용 대비 효과 탁월"
대한외과학회는 5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추계학술대회에서 외과형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외과학회 관계자들은 물론, 실제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한 병원 관계자들과 의협, 복지부 등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 제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발제를 맡은 외과학회 이강영 이사는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교수가 병동을 관리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특히 외과 분야가 세분화되고 수술건수가 날이 갈수록 늘면서 더더욱 이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결과, 서울대병원 외과 전공의가 130시간의 수련을 받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는 지표"라며 "결국 전공의들도 병동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이제는 병동을 돌볼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호스피탈리스트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호스피탈리스트의 효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3개 병원에서 시행중인 시범사업에서도 이는 증명된 부분이다.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는 "시범사업 결과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은 물론, 진료 프로세스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환자 만족도도 크게 올라갔다"며 "이들이 학생 교육과 전공의 오리엔테이션에도 투입되면서 수련의 질도 상당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내과학회도 외과의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탰다. 내과도, 외과도 호스피탈리스트 없이는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한내과학회 이동기 총무이사는 "의사의 희생으로 버텨가는 지금의 진료 패러다임을 더이상은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질향상을 위해서는 호스피탈리스트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결국 비용…"수가 신설+병원 부담 필요"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의료의 질 향상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 분명해도 1억원을 상회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와 환자, 병원이 일정 부분씩 나눠서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를 위해 각자 조금씩은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성인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운영평가 협의체 간사는 "정부와 환자, 병원간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결국 비용 문제는 정책수가로 풀수 밖에 없다"며 "입원전담전문의 의학관리료 등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또한 전문의의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일정 부분 본인부담금을 내고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병원에 인건비의 80% 수준 정도를 지급하는 수가를 개발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는 설명.
장 간사는 "병원이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면 호스피탈리스트의 도입 취지와 다른게 운영 형태가 변형되고 자본에 따라 병원간 격차가 더욱 벌어져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환자의 수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타 비용과의 비교가치를 조사해 적정한 수가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다. 수가 모형을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의 중요한 열쇠라는 게 중론이다.
이강영 이사는 "호스피탈리스트의 당위성과 기대효과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이제는 필요성에 대한 논의보다는 구체적인 비용 분담에 대한 토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점에 대해선 복지부도 동의했다. 필요한 제도라는 것은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장치들은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정제혁 사무관은 "수가 적용에 대한 우려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전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가입자 등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설득할 명분은 충분히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실 호스피탈리스트, 입원전담전문의 등의 용어조차 모르는 환자와 국민들이 많다"며 "정확한 개념부터 정립하고 구체적인 모형을 제시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