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이끌고 있는 내과와 외과가 도입 필요성에는 입을 모으면서도 시행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하고 있어 투트랙 제도가 될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다.
호스피탈리스트의 역할과 자격, 이를 통한 수련제도 개편 등에 각자의 의견이 나뉘면서 두가지 형태의 호스피탈리스트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셈이다.
내과와 외과가 가장 노선을 달리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수련제도 개편과 연계 방안이다.
내과는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필두로 수련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을 진행중에 있다. 가장 큰 줄기는 바로 전공의 과정을 3년으로 줄이는 3+2 수련제도.
대부분의 전문의가 세부전공을 마치고 있다는 점에서 3년이 끝나면 내과 일반의와 호스피탈리스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2년을 더 수련하면 세부전문의로 인정하는 제도다.
내과학회 이동기 총무이사는 "호스피탈리스트와 수련환경 개선은 동시에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사업"이라며 "이미 의학회와는 논의를 끝내고 복지부에 상정을 앞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과는 입장이 다소 다르다.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은 서두를 필요가 있지만 수련제도 개편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또한 뚜렷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든 뒤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
내과는 선시행 후보완을, 외과는 선보완 후시행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외과학회 노성훈 이사장은 "수련제도 개편도 분명 중요한 문제지만 호스피탈리스트 도입과 연계하면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며 "심사숙고하게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며 조정하고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만약 호스피탈리스트가 도입된다 해도 자칫 내과는 3년 수련 후 호스피탈리스트가 되고 외과는 4년을 마쳐야 자격이 주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호스피탈리스트의 자격과 역할 등에서도 이 둘 학회들의 의견은 미묘하게 차이점을 두고 있다. 전문과목의 특성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내과는 말 그대로 병동전담주치의로 한정하는 분위기다. 외래 진료나 응급실 백업 등의 역할은 차치하고 교수들이 외래를 보는 동안 병동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외과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생각하고 있다. 일정 부분 연봉과 수당을 더 주더라도 병동 관리는 물론 응급실 백업에 더불어 간단한 수술까지 맡길 수 있는 인력을 뽑겠다는 복안이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제도화된다면 내과와 외과간에 역할과 자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내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과학회 노성훈 이사장은 "분명 내과와 외과간 호스피탈리스트의 역할과 자격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과의 경우 한국에 맞는 외과형 호스피탈리스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이처럼 투트랙으로 호스피탈리스트가 나눠지면 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병원 내의 호스피탈리스트의 자격과 역할이 나눠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회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세워 제도를 도입한 뒤 과별 특성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준다는 기본 원칙을 합의중이다.
노 이사장은 "호스피탈리스트의 법적 근거와 수가 체계가 마련되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도출될 것"이라며 "여기에 병원별, 과목별로 추가 수당과 연봉 등을 덧붙여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