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환자샤우팅카페. 한 여학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합니다.
"이건 그냥 치료일 뿐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었어요. 충격이 많이 컸어요. 다른 사람들은 법이 지켜줄거라고 말했어요."
과연 법이 그 여학생을 지켜줬을까요?
2013년 8월 한의사가 한 달 동안 7차례나 '수기치료'를 명목으로 해당 여학생의 속옷을 벗기고 손을 넣어 추행 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의료행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프랑스어인 샤프롱(chaperon). 이는 젊은 여자가 사교장에 나갈 때에 따라가서 보살펴 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의료계에서 '샤프롱'은 조금 다릅니다. 진료시 성추행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코자 제3자가 진료 과정에 참관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진료, 치료, 검사 과정에서 여성이나 미성년 환자들이 의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코자 보호자나 간호사를 대동시키자는 것이죠.
5~6년 전부터 도입하자던 샤프롱 제도가 여학생의 용기있는 고백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진료실에서 성추행을 당해도 법이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것이죠.
환자단체는 말합니다. "의사가 진료 전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제3자의 동석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고, 필요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을 의무적으로 배석하도록 법제화해달라"고.
현실은 여전히 "치료를 빙자한 성추행이 더 이상 있어선 안된다"는 여학생의 절규를 무색케합니다.
최근 의사협회는 샤프롱 제도에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기존의 선량한 의료인까지 성범죄자로 치부하거나 의료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발생시키는 등 진료권의 침해로 인한 의료질 저하까지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진료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요?
대구의 조창식 원장은 불미스런 사태를 막기 위해 1년 전부터 환자와 신체접촉이 있는 진료행위의 경우 간호사를 옆에 대동시키거나 옷 위 청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방어진료가 비단 환자만 지켜주는 수단이 아니라 의사를 지켜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환자를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 제정을 주장한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 회장은 의협이 전문가 단체로서 먼저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의 언급으로 갈음합니다.
"샤프롱 제도는 원래 의사윤리지침에 포함돼 있었지만 2006년 해당 내용이 빠졌습니다. 법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의사단체가 먼저 의사윤리지침을 만들어 환자들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자율로 할 것이냐, 타율로 할 것이냐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샤프롱 제도는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보호하는 제도인데 의료계가 반대할 이유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