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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롱 No·Yes·No…의협 갈짓자 행보, 법제화 논란 키웠다

발행날짜: 2015-11-16 05:15:59

의사윤리 지침 개정해 제도 누락…의료정책연구소와도 '엇박자'

성추행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3자가 진료 과정에 참관하는 '샤프롱(chaperone) 제도'에 대해 최근 의사협회가 반대 입장을 정리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006년 의사윤리 지침에 포함된 샤프롱 제도를 슬그머니 삭제해놓고 2010년 의료정책연구소 위원들이 제도 부활을 주문하는가 하면, 2015년에는 다시 반대 입장을 공표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의협이 샤프롱 제도에 반대 입장을 정리하자 의료윤리연구회를 중심으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의협은 샤프롱 제도가 기존의 선량한 의료인까지 성범죄자로 치부하거나 의료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발생시키는 등 진료권의 침해로 인한 의료질 저하까지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2006년 개정되기 전 의협 의사윤리 지침. 샤프롱 제도가 포함돼 있다.
의료윤리적인 접근 대신 법률상 규제하는 것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의사-환자관계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수 년간 샤프롱 제도 도입을 주장한 의료윤리연구회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 단체로서 샤프롱 제도를 윤리 지침으로 활용하다가 이를 삭제한 까닭에 사회적인 법제화 바람에 시달리게 됐다는 주장이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회장은 "샤프롱 제도 도입 논의가 최근 일인 것처럼 오해하시는 이들이 있다"며 "하지만 의협은 이미 2006년 전까지 윤리 지침에 샤프롱 제도를 넣어 활용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지침이 개정되며 샤프롱 제도가 슬그머니 빠져버렸다"며 "더욱 황당한 것은 2010년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들이 제도의 부활을 주문하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올해는 또 반대로 돌아섰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샤프롱 제도 법제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의협이 전문가 단체로서 먼저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단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겠냐"며 "선진국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샤프롱 제도는 단순히 환자를 보호하는 수단뿐 아니라 의사를 잠재적인 위험에서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의료계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

2010년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들이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투고한 '의료영역에서의 샤프롱 제도' 논문은 샤프롱 제도를 아예 '최적의 진료 장치'로 소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진료과정에서 샤프롱이 활용될 경우 각종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져 최적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윤리 지침에 포함됐을 뿐더러 의료정책연구소가 극찬한 샤프롱 규정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들이 투고한 논문
의협 관계자는 "과거 집행부의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순 없다"며 "법제팀이 당시 의사윤리 지침의 산만하거나 불필요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샤프롱 관련 규정을 삭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윤리지침은 의사가 원하는 제3자 입회를 허용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최근 환자단체가 요구하는 방안은 환자가 원하는 제3자 입회를 법제화하자는 것이다"며 "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가 요청한 제3자 입회를 강제화하면 일부 환자가 이를 악용, 환자 보호자와 함께 허위 성추행 등으로 공갈, 협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의협 관계자는 "2010년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들이 투고한 논문은 개인들의 입장일 뿐 정책연구소나 의협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올해 의협이 반대 입장을 정리한 것은 샤프롱 제도가 아청법과 맞물려 심각한 피해를 줄 가능성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의협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시 윤리지침에 포함되지 않은 '의사가 원하는 제3자'와 같이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정책의 일관성 부재를 해명하기에 급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 관계자는 "당시 윤리지침은 의사가 원하는 제3자가 아니었다"며 "실제 지침을 살펴봐도 단순히 '제3자'로만 명시돼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06년 의사윤리 지침을 확인한 결과 제16조(환자의 인격 존중) 4항은 "의사는 내진을 하는 경우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제3자의 입회 아래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할 뿐 '의사가 원하는 제3자'라는 내용은 없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정책연구소의 논문이 개인의 사견이라고는 하지만 당시 논문 투고자는 박윤형 의료정책연구소장이었다"며 "의협의 정책과 논리를 만드는 연구소의 논문을 한 순간에 개인 의견으로 만드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샤프롱 제도의 법제화 목소리가 커진 이유는 의협이 전문가 단체로서 먼저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이다"며 "그에 앞서 일관성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