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해 C형 간염 환자가 집단 발생하면서 자율-타율정화 논란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 조짐이다.
다나의원 원장이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진료를 하다가 사고를 낸만큼 의사면허 갱신 제도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면허를 관리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샤프롱 제도의 법제화 논란에 이어 의사면허 갱신제라는 파도를 만난 의료계는 다나의원이 대표적인 의사들의 자율정화 사례였다며 타율정화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로 촉발된 의사면허 갱신제 요구에 의료계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앞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은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67명에 달하는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특히 해당 원장이 2012년 뇌내출혈로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고 수전증을 앓으면서도 계속 진료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의사면허 갱신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일정 기간 후에는 전문인들이 갖고 있는 윤리성과 보수 교육을 바탕으로 면허의 주기적인 등록과 갱신을 한다는 점도 면허 갱신제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나의원은 자율정화 사례, 타율정화 주장은 왜곡
반면 의료계는 다나의원 사건을 의료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다나의원 사태를 계기로 의사면허 갱신제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물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다나의원과 같은 문제는 어느 단체, 직업군에서도 생길 수 있는 지극히 일부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문제있는 동료 의사를 징계해도 이에 반대할 의사는 없다"며 "의료계는 이번 사태가 의료윤리적으로는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데 동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의사의 대다수는 선량하기 때문에 일부의 문제를 가지고 전체 회원에게 갱신제 도입을 하라는 주장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며 "갱신제 도입의 전제 조건은 형평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의 자격정지처분에 시효기간을 신설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와 다르게 의사들에게만 시효를 7년으로 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또 의사들에게만 유독 면허 갱신제를 도입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의미다.
김숙희 회장은 "오히려 의사회 차원의 자율정화가 가능하도록 복지부가 나서주길 바란다"며 "회원의 지역의사회 가입을 돕고 지역 유출입 내역을 알 수 있게 해야만 의사회가 보수교육 등 질 관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다나의원 사태를 계기로 타율정화를 도입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다나의원의 공론화는 의료계 자율정화의 일환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는 "다나의원은 모 의사 커뮤니티에서 처음 문제가 제기돼 고발 조치가 이뤄졌다"며 "이 과정에서 의사들의 내부 자정 노력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정화의 일환으로 문제 의원이 색출됐는데 어떻게 타율정화 도입 주장이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다나의원을 고발한 동료의사는 고발로서 얻을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지만 대의를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의협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 원칙을 안내하며 내부 점검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C형 간염 사태와 관련해 현행 연수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한편, 연수교육 감독관리 및 정도관리를 대폭 강화해나가겠다는 입장.
의협은 "오는 12월 2일과 9일 열릴 연수교육평가단 회의에서 연수교육 대리출석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 질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각종 평가결과에 따라 교육기관에 대한 지정 취소 또는 업무(연수교육)정지 1년 처분을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 자율정화로 질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회원들의 반대는 오해 때문…갱신제는 자율정화의 기틀"
반면 샤프롱 제도와 마찬가지로 면허 갱신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감지되고 있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 회장은 "많은 의사들이 갱신제를 오해하고 있다"며 "갱신제는 (의사 국시처럼) 어려운 시험을 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자율교육의 일환으로 일정 평점을 이수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운전할 때 결격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는 운전면허 갱신제처럼 의사면허 갱신제는 열심히 진료하는 의사들에게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갱신제를 도입한 선진국은 연수교육을 카테고리 A와 B로 나눠 일정 평점을 이수한 사람에게 갱신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수과목 카테고리 A는 의료법, 윤리 행정절차, 감염병, 응급처치, 마약류 관리 등 의사 전체가 알아야 하는 내용을 다룬다"며 "카테고리 B는 전문과별 전문지식, 술기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경우 5년간 이수해야 하는 연수 평점만 300점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1년간 8점에 불과해 연수 평점을 통한 면허신고제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이 전 회장은 "면허 갱신제를 가져와야만 의료계가 주축이 된 자율정화의 기틀이 잡히게 된다"며 "잘못된 행위를 하는 의사들을 스스로 정화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면허국 신설과 같은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면허갱신제(신고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10가지 -이명진 전 회장
문1) 면허갱신제가 무엇인가요?
답) 현재 우리나라에서 3년마다 한 번씩 신고하는 면허신고제로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문2) 면허갱신제는 시험을 쳐야 하나요?
답) 아닙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시험을 쳐서 면허를 재등록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일부 결격 사유가 있는 의사에게 일정한 자격이 부족할 때 이를 보완한 후 면허 등록을 해야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문3) 그럼 어떤 경우가 부족한 사항을 보완한 후 면허등록을 하게 되나요?
담) 범죄를 저지를 경우 면허관리기구나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받아 면허가 정지되거나 벌칙으로 주어지는 연수교육을 마치기전에는 등록을 받아 주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진료실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정신과 상담 및 성추행 방지 교육 등을 이수한 후 동료 의사들이 진료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받은 후 면허등록이 됩니다.
문4) 어떤 경우 면허등록이 되지 않나요?
1. 신체 검사 상 뇌손상이나 신체적 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없는 경우
2. 의사단체( 면허관리단체, 자율규제단체)가 정해 놓은 연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
3.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특정 진료과( 산부인과, 성형외과, 비뇨기과..)는 의사로서 처음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샤프롱제도와 같은 진찰실 가이드라인을 공부하지 않은면 등록을 받아 주지 않습니다.
문5) 그런데 면허갱신제하면 다들 예민해지나요?
답)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기사화되거나 회자되는 소문이 확대되고 전해져서 오해를 낳게 된 결과로 판단됩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시험을 쳐서 면허를 갱신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면허 갱신제(신고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문6)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이 연간 이수해야 할 연수 평점은 얼마인가요?
답) 의료법에 의해 연간 8점만 이수하면 면허등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아프리카 가나공화국 다음으로 낮은 이수 점수입니다. 캐나다의 경우 5년간 약 300점의 연수평점을 따야만 면허를 유지 할 수 있습니다.
문7) 연수내용은 어떤 것들이 들어가 있나요?
답) 외국의 경우 공통이수과목과 해당 전문과별 이수교육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통과목은 전문직 윤리, 의료법, 전염병 관리 및 신고, 응급 처치법, 마약류 관리, 아동 폭행, 성폭력 등에 관한 진료 및 신고 요령 등이 해당 됩니다. 해당 전문과별 연수교육은 해당 전문과의 최신 지식, 술기 등을 제공합니다.
문8) 의사 면허관리기구는 왜 필요한가요?
답) 의사는 전문가로서 자율교육과 자율정화의 두 가지 기능을 수행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율교육에서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연수는 어느 정도 잘 시행되고 있지만, 윤리교육과 진료에 필요한 부분의 교육부분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자율정화의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전문가 스스로 의사 면허관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합니다. 자율규제에 대한 권한과 행정력이 없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의사 면허관리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9) 그런데 왜 의사 면허관리기구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일까요?
답) 무엇보다도 썩은 부위를 도려낼 칼(권한)과 결연한 자정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정관과 윤리위원회 규정으로는 썩은 동료들을 조사하고 징계할 행정력(공권력)이 없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외부로부터 왜 비리 동료들을 징계하지 않느냐고 공격을 받을 때마다 자율 징계할 칼(권한)도 없으면서 강력 징계하겠다는 말만 해왔다는 것 입니다. 한마디로 매번 공수표만 날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정도 모르는 외부에서는 의협이 제 식구 감싸기만 한다고 비난하며 모든 것을 법으로 다스리려고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의협의 부끄러운 현 주소입니다.
문10) 외국의 경우 어떻게 의사면허를 관리하나요?
답) 미국은 주 면허국 ,영국은 GMC(General Medical Council), 캐나다의 경우 의사회에서 면허를 관리합니다. 이런 기구들이 우리나라에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들 기구는 정부 관리·법률가·성직자들로 1/3~1/2을 구성하고, 나머지는 해당 과목 전문가·의료윤리전문가·개원의로 구성해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간 8점의 연수교육 평점만으로는 효율적이고 신뢰받는 질관리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