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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탈리스트 성공한 미국, 한국과 뭐가 달랐을까

발행날짜: 2016-01-14 05:05:55

허대석 교수, 미국 연수 통해 해답 제시…"신분·역할 보장해야"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정착에 성공한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점은 뭘까.

왜 한국은 2억원의 높은 연봉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국내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을 처음 주장한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얼마 전 미국 단기연수(2015년도 10월30일~11월 29일)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허대석 교수
그가 연수기간 중 찾은 미국의 4개 수련병원의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최근 시행착오 중인 국내 수련병원과의 다른 점을 확인한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의 수련병원은 연봉 이외에도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신분보장 및 교육 기회가 열려있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수련병원은 병동 환자를 책임져줄 월급의사를 원하는 반면 미국은 병동을 책임짐과 동시에 학생 교육 및 연구를 하는 의대 교수를 채용했다.

허대석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 그들이 원하는 역할은 단순히 환자만 보는 의사가 아니다. 교육 및 연구 실적도 쌓아가며 교수로서의 커리어도 쌓고 싶어하는데 환자만 보는 의사를 구하다보니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수련병원이 전공의 빈자리를 채워줄 의사 구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신분보장은 물론 그들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게 그의 지적.

그는 "이제 호스피탈리스트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이는 없다. 여론이 형성된 것도 상당한 성과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려면 그들의 신분을 보장해주고 그에 걸맞는 역할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수련병원들, 급여·신분·역할 확실하게 보장"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미국 수련병원 호스피탈리스트는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일단 미국 내 호스피탈리스트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UCSF(미국 캘리포니아대학병원) 뿐만 아니라 UCLA대학병원, MGH(하버드의대부속병원), 존스홉킨스병원 등 4개병원의 공통점이 있다.

내과 내 호스피타리스트를 별도의 분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별로 그 명칭은 다르지만 병원 홈페이지 내에서도 호스피탈리스트 영역을 구분할 정도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즉, 소화기내과 교수, 알레르기내과 교수가 있듯이 호스피탈리스트 교수가 있는 셈이다.

심지어 각 병원 내과 내 호스피탈리스트 비중 또한 상당수를 차지한다.

내과 교수 중 호스피탈리스트 의료진 수 현황(2012년 기준)
UCSF(미국 캘리포니아대학병원)는 전체 내과 교수 중 23%(79명)를 차지하고, UCLA대학병원은 29%(105명), MGH(하버드의대부속병원)는 9%(43명), 존스홉킨스병원은 28%(230명)에 달한다.

허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에 지원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별도의 분과가 형성돼 있다는 것은 신분을 보장해주고 그 안에서의 명확한 역할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또한 '응급실 당직의'로 칭하고 있는 국내 호스피탈리스트와는 달리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는 일반내과 분야에 대한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허 교수에 따르면 통합적 내과 과정에 대한 학생 교육부터 환자안전·의료서비스 관련 연구까지 모두 호스피탈리스트가 맡고 있다.

그는 "세부 분과에 대한 교육 이외 일반내과 교육은 호스피탈리스트가 전담하고 있다"며 "그들은 학생 교육과정 및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연구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연봉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허 교수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호스피탈리스트를 Academic(교육) / non-academic(비교육, 임상)으로 구분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임상은 당직 등 진료수당을 감안해 더 높은 연봉을 지급한다.

Academic 분야를 맡은 호스피탈리스트의 연봉은 152,000달러~187,000달러(한화 1억 3800만~2억 2500만) 수준이며 임상 전담 호스피탈리스트는 3억 348만원 수준이다.

급여 측면에서도 신분 및 역할보장 측면에서도 젊은 의사들에게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허대석 교수는 지난해 '의사기술료' 명목의 수가신설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입원환자 진료비조차 없는 현실부터 바꿔야"

이는 시행착오 속에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구축 중인 한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허대석 교수는 이를 계기로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한국의 수가제도를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입원환자 전문의 진료비 즉, 입원환자에 대한 의사 기술료는 1만원도 안되는 수준.

그는 "지금은 입원에 대한 수가체계 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전문의가 야간까지 병동을 지키며 입원환자를 돌보는 것에 대한 비용을 수가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의가 당직을 서고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인력도 균형되게 움직일텐데 아무리 고생해도 미래가 없으니 기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봤다.

허 교수는 이어 "호스피탈리스트는 당장 전공의 인력을 메우기 위한 비상대책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제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측면에서의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