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②=2016년도 인턴 모집 마감|
본교 출신 졸업자들조차 의대 부속병원을 버리고 대형병원으로 몰려들면서 지역 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균등 발전을 위해 만든 지방의대의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 이에 따라 이러한 양극화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다.
지역의대 부속병원 줄줄이 미달…본교 출신도 외면
메디칼타임즈가 2016년도 전반기 인턴 모집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지역 의과대학 부속병원들이 미달을 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인턴 모집에서 강원대병원을 비롯,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대부분의 국립의대 부속병원들이 미달 사태를 맞았다.
또한 인하대병원을 비롯해 건양대병원, 단국대병원, 영남대병원, 울산대병원, 원광대병원 등 지방 사립대 부속병원들도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지역의 의대 부속병원들 대부분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본교 출신 졸업생들조차 모교 수련병원을 버리고 서울로 향했다는 것. 일부 의대 부속병원은 본교 출신의 3분의 2 이상이 타 수련병원으로 유출된 예도 있었다.
실제로 올해 부산의대·의전원 출신 국시 합격자는 118명에 달했지만 부산대병원은 지원자가 53명에 불과했다.
타 의대 출신 지원자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도 모교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른 부속병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충남의대·의전원 출신 국시 합격자는 96명이나 됐지만 충남대병원 인턴 지원자는 23명밖에 되지 않았다. 3분의 2 이상이 유출됐다는 의미다.
원광의대 출신 국시합격자도 66명이나 됐지만 인턴 지원자는 30명에 불과했고 38명이 졸업한 강원의전원도 원서를 낸 사람은 15명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전북대병원, 단국대병원 등도 모두 모교 출신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타 수련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은 91명 모집에 119명이 원서를 넣으며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139명을 뽑은 서울아산병원도 166명이 지원해 1.2대 1로 마감됐다.
"수련병원 차이로만 봐선 안돼…지역의료체계 생각해야"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련환경이 월등하고 이력에 도움이 되는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접할 수 있는 케이스의 수와 질이 확연히 다른데다 연봉과 휴가 등 수련환경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또한 인턴 정원에 비해 모교 출신이 확연히 적다는 점에서 실력만 있으면 이후 진로가 보장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한 수련병원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지방 의대의 설립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A수련병원 관계자는 "지방 국립대병원조차 미달되는 현실은 쉽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며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로 유출된 의사들이 다시 지방에 내려올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며 "그렇다면 지역 의료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반문했다.
일부에서는 이미 의대, 의전원 진학 시점부터 이러한 문제가 예견된 것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입학자들이 서울권 학생들이니 당연히 졸업후에 다시 서울로 가려하지 않겠냐는 것.
따라서 이러한 문제부터 풀어가야 지역 의료체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수련병원 관계자는 "의전원의 경우는 사실 입학생의 70% 이상이 수도권 출신이며 의대 또한 마찬가지"라며 "이들이 졸업하고 지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그는 "이를 막기 위해 지역출신 전형 등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수도권 학생들이 지역 의대·의전원에 진학했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문제를 막지 못하며 양극화 문제는 풀어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