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개원의들 사이에서 상급 병원에 환자를 의뢰하면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져가자 대학병원들이 억울하다며 항변하고 있다.
대학병원 입장에서도 최대한 회송을 하고 싶지만 현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 결국 아무리 환자를 개원가에 다시 보내도 돌아가지 않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토로다.
의뢰-회송 수가 의구심 제기…"환자가 안 가는데 어떻게 하나"
정부는 최근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위해 의뢰와 회송에 대한 수가를 제정하고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일선 병의원에서 상급 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면 1만원을 대학병원에서 다시 환자를 개원가로 돌려보내면 4만 2000원의 수가를 주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개원의들은 그나마 수가가 제정됐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무리 전원을 해도 환자를 돌려보내는 적이 없었던 대학병원들이 4만 2000원을 받기 위해 환자를 돌려보내겠냐는 의구심이다.
A내과의원 원장은 "대학병원 입장에서 환자를 붙들고 있는 것이 4만 2000원보다 이득일텐데 다시 환자를 보내겠냐"며 "지금까지 전국 병의원에 빨대를 꼽고 있던 이유가 그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일선 대학병원들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계속해서 의뢰-회송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쏟아붇고 있는 노력이 오해로 돌아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B대형병원 보직자는 "협력 병의원 제도를 도입한 이후부터 의뢰받은 환자는 반드시 다시 회송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며 "이를 위해 별도의 센터를 만들고 교수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이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죽하면 교수들에게 경증 재진환자는 아예 진료조차 하지 말고 협력 병의원으로 보내라는 지침까지 내려보내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병원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진료 교수와 센터에서 의뢰받은 환자를 회송하는 비율이 43%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어도 절반의 환자는 다시 돌려보낸다는 의미.
이 보직자는 "숫자로 보면 절반에 불과하지만 중증 질환으로 여명이 수개월에 불과하거나 우리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하는 환자, 지속적으로 대학병원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회송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회송을 보내도 다시 돌아오는 환자들이다. 협력 병의원에서 관리를 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에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하소연.
B대병원 의뢰센터장은 "가장 큰 문제가 이 43%의 환자들 중 대부분이 협력 병의원으로 가지 않고 다시 진료를 예약해 병원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설득에도 반복적으로 병원으로 돌아오니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대학병원도 회송 원해…개원가 신뢰 회복이 관건"
대다수 대학병원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 입장에서 환자를 잡고 있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도 오해일 뿐이라는 항변이다.
C대병원 병원장은 "대학병원 입장에서도 신규 환자가 돈이 되는 것이지 경증 재진환자는 시간과 비용적인 면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극히 일부 작은 대학병원 외에는 모두가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중증 질환에 대한 처치가 끝난 환자는 협력 병의원으로 돌려보내야 회전이 빨라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대학병원들이 협력 병의원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대학병원들은 개원가에 대한 신뢰 회복이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학병원에 가야 안심하는 환자들의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수가를 비롯한 백약이 무효하다는 의견인 셈이다.
B대병원 보직자는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돌려보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 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며 "왜 경증 재진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려오는가에 대한 원인과 분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결국 수가를 통한 유도책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개원가의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뜻"이라며 "정부와 개원의들의 노력과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