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실국장 고위공무원의 잇따른 중도 퇴직으로 인한 공무원 생태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공무원들의 장점인 60세 정년은 옛말로 승진은 곧 퇴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지난 한 주 새누리당 최희주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 사표 제출 소식을 놓고 술렁거렸다.
최희주 수석전문위원(50)은 지난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국회 사무처를 통해 22일부로 사표 수리를 요청했다.
메디칼타임즈 보도 이후 최희주 수석전무위원의 사표 제출을 확인하는 공무원들의 문의전화가 기자에게 이어졌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최희주 전문위원 사표 제출에 웅성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 행시(30회)에 합격한 최연소 고시파로 복지부 입사 이후 연금정책관, 건강정책국장, 인구아동정책관, 건강보험정책관,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 인구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최희주 전문위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2013년 3월 실장급 처음으로 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3년 가까이 복지부와 여당 정책 보좌 역할을 담당했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허탈감'이다.
국장에 이어 실장으로 젊은 40대 시절 맹위를 떨친 최희주 전문위원도 50대 초반 결국 사표를 던지고 공직생활과 작별을 고했다.
여기에 인사 문제로 복지부와 청와대 등에서 직간접적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복지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인생무상'이라는 착잡한 심정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태한 실장(행시 31회)과 김원종 국장(행시 31회)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명예 퇴직한 이후 최희주 전문위원까지 호남 출신 실국장의 퇴직 행렬이 이어지는 있다.
고시 출신 A 공무원은 "최희주 전 실장에 대한 평가는 둘째치고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잘 나간 선배도 거대한 권력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허탈하다.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비고시 출신 B 공무원은 "고시 출신들은 서기관 진급 이후 팀장과 과장을 달면 불나방처럼 승진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린다. 힘겹게 얻은 국장과 실장 승진 이후 언제 자리에서 내려올지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며 "가늘고 길게 갈 것인가, 짧고 굵게 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은 뻔하다"라고 귀띔했다.
면허를 지닌 의약사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의 취득 후 30대에 입사한 의사 출신 보건직 공무원들은 사무관을 거쳐 서기관, 과장을 달면 40대 중반으로 복지부 본부에서 의사 공무원 몫으로 남아 있는 국장 자리는 공모 형식인 공공보건정책관 1곳이다.
결국 질병관리본부로 이동해 센터장으로 활동하다 공무원 생활 20년에 접어든 50대 초중반에서 공직을 마감한다.
약무직 공무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약사 면허로 7급으로 입사한 후 사무관까지 15년 이상, 서기관과 과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20년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과장 이후 국장급 승진은 하늘에 별 따기로, 약무직 공무원 대부분이 지역 국립병원 약무과장으로 이동해 임기를 끝낸다.
모 공무원은 "서기관 승진 이후 소신을 갖고 업무를 펼쳐왔다고 자부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관료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달랐다. 윗선의 오더와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버무려 성과를 높이고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다른 공무원은 "60세 정년은 없어진지 오래됐다. 잘 나가던 실국장도 언제 찍혀 사표를 낼지 모르는 판에 공무원들에게 소신업무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흥미로운 사실은 권력무상을 알면서도 승진을 향한 공무원 내부의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