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오는 4월 총선을 대비해 친의료계 성향 국회의원 당선운동에 분주해지고 있다. 충남의사회를 시작으로 경기도의사회가 총선기획단 구성에 합류했다.
4월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한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고 지역 선거구에 정책제안을 제시, 의료계의 목소리와 정치 파워를 보여주자는 구상이지만 실제 회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총선기획단을 발족시킨 충남의사회 박상문 회장과 송후빈 기획단장을 만나 정치 세력화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박상문 충남의사회장은 총선기획단의 의도를 국회의원과의 연결고리로 정의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대로 정치 파워를 보여주기 위한 목표는 아직 섣부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회장은 "시군구의사회 회장이면 국회의원과 스스럼없이 전화 통화할 정도는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지금은 누굴 당선시키겠다고 따질 때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나중에 연락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총선기획단의 기획 의도 또한 시군구 회장과 국회의원과의 다리,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당선 후 의정활동 전까지 누가 친의료계 인사인지 알 수 없는 마당에 지지나 당선운동은 무리라는 것. 게다가 소규모 지역의사회의 경우 친목 단체 이상의 조직력을 발휘하기에도 여전히 무리가 따르고 있다.
실제로 12일 총선기획단을 발족한 경기도의사회도 기획단을 통해 후보자들과의 교류 강화와 함께 국회의원 후원회 조직 운용을 공표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현 단계에서 의료계의 정치 세력화는 친의료계 인사의 당선운동과 같은 선행적 역할보다는 의사-정치권의 연결고리와 같은 후행적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상문 회장은 "지역의사회가 지역 친목의사회 정도에 불과한 곳도 많은데 지역에서 정치세력화를 주문하는 것은 무리다"며 "현재도 국회의원 만나면 '원격의료는 그저 안 된다'는 수준의 붕 뜬 얘기만 오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 현안마다 세세한 해설이 가능해야 국회의원의 설득도 가능하지만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분들도 많지 않다"며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 접촉과 현안 설명을 담당할 총선기획단을 구성, 발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1인 1정당 가입운동이 수 년간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문 회장은 "회원들은 아직도 정치세력화에 무관심하다"며 "5~6년째 1인 1정당 가입, 후원금 내기를 당부하고 있지만 뚜렷한 변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송후빈 총선기획단장은 "많은 회원들이 오해하는 것이 후원금의 금액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며 "중요한 건 다수의 의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바로 후원금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100명, 1000명이 후원금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는 싸인을 보내야 의원들도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며 "정책 현안을 설명할 기회를 얻는데는 후원금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력 발휘가 필수적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의료계가 거대 담론의 일환으로 정치 세력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의 연대 등 미시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며 "시민단체의 입에서 의료계의 주장이 나오는 것만큼 정치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건 없다"고 제안했다.
충남의사회는 지역내 후보군이 확정되는 3월 중순까지 의협이 제작한 의료 현안 자료를 NIP 독감사업, 독감 덤핑 접종의 문제점 등 지역 특성에 맞게 편집한다는 계획. 이 자료를 바탕으로 12곳의 지역 시군구의사회장들과 함께 후보군을 접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