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배정 소식을 두고 제19대 총선 때와는 다른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의료계와 이해 관계가 얽힌 한의사협회와 약사회는 물론 치과협회, 간호사협회까지 일제히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의 비례대표 선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
19대 총선에서 의사 출신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때도 타 직역의 반발 기류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반발 성명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찾아 항의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보건의약단체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21일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의 야당 비례대표 당선권 배정에 보건의료계가 양분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한의사협회, 치과협회, 간호사협회, 약사회가 합동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의 비례대표 후보자 확정을 저지하고 나서자 의료기사단체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는 오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숙희 회장의 비례대표 공천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천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이유는 보건의료계를 대변하거나 국민 보건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게 이들의 평가다.
이에 질세라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와 의사협회, 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는 일제히 환영 성명으로 '김숙희 일병 구하기'에 돌입했다.
특히한 점은 19대 총선에서 의사 출신인 신의진, 문정림, 김용익 후보자가 당선권의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받았을 당시 이런 논란이 없었다는 점이다. 의약단체가 "김숙희만큼은 안 된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한의협이 주도한 의약단체 연대 항의, 이유는?
다수의 의약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의약단체간 연대와 항의성명 배포는 한의협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김숙희 회장의 과거 기고글을 보면 의사 직역에 대한 입장 대변 일변도였다"며 "따라서 보건의료를 총괄하기 위한 비례대표의 성격에는 김 회장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 역할이 아니라 오로지 의사가 잘 살게 하는 방안만 주장했기 때문에 의약단체가 저지 투쟁에 나서게 된 것이다"며 "의사 이익만 대변한 사람의 의정활동은 안 봐도 뻔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19대 총선 당시 신의진, 문정림, 김용익 후보들은 지역의사회와 같은 이익단체에서 몸담지 않아 국회 입성에 문제가 없지만 김숙희 회장은 지역의사회 출신으로 이익단체 수장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는 게 한의협의 판단.
한의협 관계자는 "물론 강청희 의협 부회장이 비례대표에서 높은 순번을 받았다면 똑같이 반대 성명을 냈을 것이다"며 "이건 후보자 인물의 개인적 호불호와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도 의사 편향적인 직역이기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과거 의료계 수장들은 보건의료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고 존경도 받았다"며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큰 그림을 봤기 때문에 그런 존경이 있었지만 지금 의료계는 자기 이익만 대변하고 있어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의사 직역의 목소리만 대변해 왔던 게 바로 김숙희 회장이다"며 "이익단체의 수장으로서 역할에서는 충실했다고 보지만 결코 그것이 국회의원으로 적절하다는 뜻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용익 교수처럼 보건의료계 전문가라는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라면 모르지만 김숙희 회장은 지난해 아예 선택분업을 추진하겠다고 의사 편향적 발언을 한 사람이다"며 "과거엔 보건의료도 서로 돕고, 서로 양보한다는 마인드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약사회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간협이나 치협마저 동조한 것은 의료계가 얼마나 신뢰를 못받는지의 증거"라며 "한의협이 주도해서 연대 성명을 냈지만 사실상 이런 반발 기류는 의협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반응은 어떨까.
김숙희 회장의 측근은 "이렇게 의약단체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김숙희 회장이 이익단체 수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했다는 방증이다"며 "의사-환자 모두를 위한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나 국민건강권 증진 차원에서 한 발언 모두를 의사 직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행태에 참담함을 느낄 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반발 기류는 김숙희 회장이 의협 집행부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나오는 과민반응이다"며 "특히 의료인을 배려한 보건의료 정책을 펼치는 야당을 상대로 이런 반대 시위를 하는 것은 자폭 수준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