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소아환자 야간 진료에 개원의를 참여토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청과 의원 연합 및 당번제'가 나왔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 10명 중 7명은 달빛어린이병원 같은 야간진료 체계 도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팀은 보건복지부 용역으로 진행한 '소아 환자 야간·휴일 진료체계 구축 연구'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정부는 소아 야간진료, 달빛어린이병원 같은 비응급 환자에 대한 시간 외 진료(AHC)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곽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서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야간·휴일 가산수가 청구건수를 보면 연간 3만건 이상 청구 기관은 총 28곳으로 병원이 27곳, 의원이 1곳에 불과했다. 전체 청구 의원 2만5747곳 중 1000건 이하(하루 3건 미만)를 청구한 의원은 2만4405곳이었다.
응급실 진료가 불필요한 소아환자 35만명이 매년 응급실을 찾고 있으며 10명 중 7명은 시간 외 진료 환자였다. 2~3세가 가장 많았고 요구되는 진료 수준은 의원급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의원급 기관은 밤 8시 이후 야간진료에 참여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현행 야간·휴일 가산 수가로는 충분한 AHC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소청과 의사들은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AHC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이들은 어떤 AHC 제도를 바랄까.
곽영호 교수팀은 지난 1월 소청과 전문의 81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보면 10명 중 7명이 야간이나 휴일에 소아 환자를 응급실에서 진료하는 것 외에 별도의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여러 의원이 연합해 당번제로 운영하는 방안이 생긴다고 해도 소청과 개원의 10명 중 9명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은 AHC 체계 구축 대신 야간·휴일에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자제하도록 보호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소아응급실을 확대하고 수가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AHC가 필요하다고 답한 약 30%는 야간과 휴일에 소아 경증 환자를 위해 어떤 진료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까.
AHC가 필요하다고 답한 235명의 답을 살펴보면 개원의와 대학병원 교수 사이의 생각차를 엿볼 수 있었다.
개원의는 기존 응급실 인프라 활용을 주장했다면 대학병원 교수는 개원의 순번제 진료를 앞서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소아응급진료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서도 개원의는 긴 대기시간이 문제라고 꼽았다면 대학병원 교수는 소아환자를 잘 보는 응급실 부재를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단기적인 방안과 중장기 방안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응급의료기관 내 야간·휴일 소아 외래 운영, 소청과 의원 연합제 및 요일제 등 AHC 인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운영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시간 외 진료 수가 인상, 경증 소아환자에 대한 대국민 안내·교육 프로그램 마련을 제안했다.
복지부는 곽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9일 오후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추진의 핵심인 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소아청소년과학회는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