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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일괄 사퇴는 요식행위" 강청희 부회장만 노렸나?

발행날짜: 2016-03-31 05:00:59

강청희 부회장, 임원진 집단사퇴에 항명…"불명예 퇴진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집행부 쇄신을 위해 임원진 일괄 사임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첫발을 떼기도 전에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시도의사회가 강청희 부회장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놓고 해결책은 임원진 일괄 사표로 결론내린 까닭에, 일부러 강 부회장을 내쫓기 위해 전체 임원의 사표 제출이라는 요식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30일 의협 추무진 회장은 대회원 서신문을 배포하고 최근 제기된 전국 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임원진 사퇴 요구를 수용할 뜻을 발표했다.

앞서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회무에서의 무능, 협회 위상 추락, 정치적 중립성 위반 등을 이유로 의협 39대 집행부 임원진의 일괄 사임 후 재신임을 받으라고 촉구한 바 있다.

강청희 부회장은 "모든 책임을 떠맡고 불명예 퇴진하는 것은 의협과 의료계 미래를 위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집행부 불신임에 앞서 회장의 재신임을 우선하라는 배수진으로 맞선 상황.

이날 추무진 회장은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제안과 관련해 오늘 상임이사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집행부의 쇄신을 위해 임원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의협이 상임이사회에서 이사진이 모두 사퇴에 동의했다며 강청희 부회장의 자진 사퇴를 암시했지만 실제 강청희 부회장은 사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청희 부회장은 "기자 브리핑 전에 추무진 회장과 통화를 했다"며 "분명히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는데 마치 사퇴할 것처럼 언론에 밝힌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본인이 회장의 재신임을 거론하면서 외부에 하극상처럼 비쳐지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사퇴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잘못된 근거를 들어 희생양을 삼으려는 불명예 퇴진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고 맞섰다.

시도의사회가 주장한 것처럼 강청희 부회장의 비례대표 신청으로 국회 대관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소흘하고 차질을 빚게 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사실이 없다는 게 그의 판단.

강청희 부회장은 "대관 업무를 통해 상당 부분 보이지 않는 노력에 의해 조율 작업을 완수했다"며 "협회가 본인과 달리 김숙희 회장에게만 지지 선언을 했는데 어떻게 중립성 훼손에 해당하냐"고 주장했다.

상임이사회에서도 강청희 부회장은 본인의 사퇴 요구 근거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과, 시도의사회에 등떠밀려 임원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점을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 일괄 사퇴는 요식행위? "강청희 부회장만 노렸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추무진 회장과 시도의사회장이 '희생양 만들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설도 나돌고 있다.

추무진 회장은 임원진 일괄 사퇴의 사유로 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의 공문을 꺼내 들었지만 해당 내용은 강청희 부회장만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공문을 보면 시도의사회는 의료계 현안 대처 미숙을 강청희 부회장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다.

시도의사회는 "의협이 회원들에게 외면당하며 침몰하는 배처럼 기울어 가는 느낌이다"며 "이는 원격진료의 강행, 면허관리제도 강화, 한의사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 등의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와 대국회 활동의 무능함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대관 업무 담당인 강청희 부회장을 겨냥했다.

시도의사회는 "이번 선거 기간 각 시도의사회는 차기 국회의원 후보들과의 관계를 쌓아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반면 의협 집행부는 20대 대국회 업무가 우려스러울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강청희 부회장이 더민주당 비례대표에 출마하며 협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인 셈. 이로 인해 앞으로의 대국회 업무는 물론 대정부 업무에서도 원만한 활동이 염려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시도의사회의 판단이다.

시도의사회는 39대 집행부 임원진은 일괄 사임 후 재신임을 통해 전면 개편하고 새로운 각오로 대정부, 대국회 회무에 임하라는 처방을 덧붙였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희생양 만들기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료 현안에 대한 책임을 강청희 부회장에게 집중시킨 다음 임원진의 일괄 사표를 받는 것은 누가 봐도 '강청희 내쫓기'를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회비 납부율 저하나 의료일원화를 둘러싼 협회-회원간 소통 부재 등의 책임에서 추무진 회장은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런데 본인을 빼놓고 임원진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고 밝혔다.

그는 "강청희 부회장을 공적으로 만들어 놓고 해결책으로 전체 임원진 사퇴를 요구하는 시도의사회의 판단도 이상하다"며 "쇄신을 거론하며 임원진 일괄사표를 받은 것은 강청희 부회장을 내쫓기 위한 일종의 요식행위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청희 부회장과 몇몇 이사만 내쫓고 나머지 다른 임원들은 사표를 반려한다면 희생양 만들기 의혹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며 "이런 의혹을 없애려면 추무진 회장이 본인을 포함해 재신임을 물어야 정당성을 획득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시도의사회장도 이런 의혹에 힘을 실어줬다.

모 시도의사회장은 "추무진 회장과 강청희 부회장이 자주 충돌하는 모습이 외부로 새나가고 있다"며 "이런 갈등이 대외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시도이사회가 사퇴를 촉구한 부분 있다"고 밝혔다.

추무진 회장은 협회 쇄신이 맞다며 일축했다.

추무진 회장은 "시도회장들이 일괄 사표를 내라고 한 이유는 협회의 무기력한 모습을 질타한 이유가 가장 크다고 본다"며 "노력했지만 외부에 그런 모습이 비춰진 것에 대해 발전의 전기 필요하다는 생각에 일괄 사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에서도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취합됐다"며 "쇄신의 힘을 시도의사회가 실어준 만큼 심기일전해서 열심히 뛰는 모습 보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