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와 비뇨기과 등 전공의 지원 기피 과목들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임의 모집까지 난항을 겪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병원조차 전임의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수련체계가 붕괴되는 것 아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20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흉부외과 전임의를 채용하지 못했다"며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로딩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지원하는 전공의가 턱없이 부족한데 전임의 지원자가 땅에서 솟아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대로 가다가는 전문과목 존폐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빅5병원으로 불리는 대형병원들도 전임의 지원자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들은 전임의 추가 채용 공고를 내며 지원자를 찾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B대형병원도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전임의 모집에서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등에 지원자를 찾지 못해 추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아직까지 지원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B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전임의, 임상조교수 등으로 이어지는 교육, 수련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대학병원의 역할인데 점점 더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우리 병원이 이런 상황이면 다른 병원 상황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수련체계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공의 지원 기피가 전임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나면 결국 숙련된 전문의와 교수 인력이 부족해 지는 것이 수순인 이유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이형래 미래전략사업단장은 "전공의 지원 기피 문제를 단순한 수련병원들의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며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가 걸려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공의 지원 기피로 전문과목의 대가 끊어지게 되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중증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인력이 사라지게 된다"며 "이미 그러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코자 추가적으로 전문의 채용에 나선 병원들도 있지만 이 또한 지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문의 채용을 포기하고 일반의 채용까지 나서고 있지만 역시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C대병원 관계자는 "우선 현재 근무중인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일을 덜어주기 위해 계약직 의사 채용을 진행중이지만 이 또한 지원자가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전임 교원을 더 늘릴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