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회용 주사기 감염 사태 등으로 의료 윤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전문의 시험에 윤리항목을 포함시키는 의학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의료윤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전문의 시험 과목으로 윤리가 포함되는 것에는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올해 전공의 연수강좌부터 의료윤리 항목을 신설하고 향후 전문의 시험에 윤리과목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비인후과학회 노환중 이사장은 "윤리와 실력을 겸비함 의사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윤리교육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의료윤리학회의 협조를 받아 연 2회 전공의 윤리 교육을 실시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아가 전문의 시험에 윤리항목을 일부 출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미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회원을 위해선 홈페이지에 상시적으로 윤리 강좌를 개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의 시험에 윤리항목을 포함시킨 학회는 비단 이비인후과학회 뿐만이 아니다.
이미 대한내과학회가 전문의 시험에 윤리항목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고 성형외과학회와 재활의학회 등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대한내과학회 이동수 총무이사는 "3년전부터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의료윤리 사례집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며 "별도 의료윤리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전문의 시험에 포함하는 것이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의학회도 이같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에 윤리 항목을 포함하고 나아가 평가를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각 학회에서 이미 전문의 시험에 의료윤리 항목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만큼 의학회 차원에서 공통 윤리교육과 평가 제도를 만드는 것도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많은 학회에서 전문의 시험에 일률적으로 의료윤리 항목을 포함시키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며 "논의를 통해 합의가 이뤄진다면 보건복지부에 이를 정식적으로 건의해 공식적인 제도로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윤리의 중요성과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연 전문의 시험에 이를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는 점에서 공식적인 제도로 정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의사 면허를 받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의료윤리 시험을 따로 친다는 것이 의미가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A학회 수련이사는 "개인적으로 의료윤리 교육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이미 전문 직업인인 의사를 대상으로 이를 시험까지 친다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특히나 의사 국시도 아니고 전문의 시험 아니냐"고 반문했다.
B학회 이사장도 "의료윤리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무슨 초등학교 도덕 시험도 아니고 윤리항목을 전문의 시험에 넣느냐"며 "윤리를 글로 배워 시험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학회 등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섣부르게 공통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다.
의학회 관계자는 "전문의 시험은 일단 각 학회의 고유 권한인 만큼 회원 학회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상황과 시기가 왔을때 추진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