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메디칼타임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받은 최근 5년간 당뇨병 진료현황에 따르면 국내에서 건강보험으로 진료 받은 당뇨병 환자 수는 2010년 200만 5708명에서 지난 2014년에는 240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당뇨병 인지율이 70%대에 머물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당뇨병 환자는 300만명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 등에 따르면 2010년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률은 10.1%로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환자(약 320만명)일 것으로 추산되며, 2050년도 국내 당뇨병환자 수는 약 6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제2형 당뇨병 기전, 베타세포·근육 인슐린·간 포도당이 전부 아냐"
2000년 초까지는 제2형 당뇨병의 고혈당 병태생리 기전을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 근육의 인슐린 저항성 증가, 간 포도당 생산 증가 등의 3가지 축(triumvirate)으로 설명했었다.
그러나 영국에서 6년간 시행된 전향적 당뇨병 연구(U.K. Prospective Diabetes Study, UKPDS)의 1995년 발표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을 혈당 저하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혈당이 상승함으로써 베타세포의 기능이 악화하는 진행형 질환으로 보고 있다.
그 후 2008년 미국 당뇨병 학회(ADA,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가 주관하는 Banting Lecture에서는 제2형 당뇨병에 대해 혈당 상승의 기전에 기존의 이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당뇨병 8중주 이론(the "ominous octet")으로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혈당 강하 효과는 기존의 혈당 분비 촉진제와 비슷하면서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를 지연시킬 수 있는 인크레틴 효과가 제2형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됐다.
2012년에 일본에서 개발된 Anagliptin은 DPP-8, DPP-9보다는 (DPP효소 중 GLP-1 분해에 작용하는) DPP-4에 1만배 이상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유니크한 약물학적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다. 약물 동태학 동물 스터디(pharmacokinetic study)에서 Anagliptin은 생체 이용율이 100%였다
Metformin와 찰떡궁합, DPP-4 억제제 처방 급증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가 개최한 '2015 International Conference on Diabetes and Metabolism'에서 발표된 '2002~2013년 국내 당뇨병치료제 전체 처방 유형'에 따르면, metformin과 DPP-4 억제제 처방은 증가하고 sulfonylurea와 insulin 처방은 감소하는 추세다.
Metformin은 아직까지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당뇨병 처방에서 1차 치료제이며 병용처방에서 기준이 되는 이유가 가장 크다.
2015년 대한당뇨병학회의 진료지침에 따르면 HbA1c가 7.5% 미만인 경우에는 metformin을 1순위로 하며 기타 약제를 단독요법으로 투여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HbA1c가 7.5% 이상일 경우에는 1차 치료에서 metformin과 다른 약제의 병용요법을 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목표 도달률은 낮은 편이다.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2'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중 혈당조절 목표에 도달한 비율은 30%가 채 안 된다.
때문에 의료진은 metformin 병용요법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혈당 조절을 위해 어떤 약을 선택할 지 많은 고민을 한다. DPP-4 억제제에 대한 의료진들의 높은 관심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혁상 교수는 "Metformin과의 병용약제로 DPP-4 억제제가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데이터를 보면 2제 이상 처방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DPP-4 억제제가 2제 요법에서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상 교수가 언급한 '2002~2013년 국내 당뇨병치료제 전체 처방 유형'에 따르면 2013년 전체 당뇨병 치료제 처방에서 DPP-4 억제제 처방 비율은 38.4%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진은 DPP-4 억제제가 가진 metformin과의 상승작용 및 낮은 부작용 발생률에 주목한다.
권혁상 교수는 "Metformin이 일차선택약제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의 DPP-4 억제제는 metformin과의 고정 용량 복합제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작용기전 상 metformin과 DPP-4 억제제는 상호보완적으로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을 모두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 역시 "DPP-4 억제제는 의사들이 쓰기 편한 약으로 임상이나 실제 현장에서 입증됐다"며 "혈당을 빠르게 낮추면서 저혈당 부작용 위험이 낮다는 것이 DPP-4 억제제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24시간 DPP-4 억제 지속성 생각하면 BID 의미있다"
당뇨병 환자 입장에서 하루도 빼지 않고 치료제를 복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혈당관리 조절이라는 치료 목표를 생각하면 당뇨병 환자의 복약순응도는 혈당관리와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 등으로 DPP-4 억제제 중 상당수는 1일 1회 복용(QD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의료진은 QD용법으로 24시간 동안 80% 이상 DPP-4를 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며 1일 2회 복용(BID 용법)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의료진은 "QD 용법이 대세인 분위기에서 1일 2회 복용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 반문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DPP-4 억제제의 핵심은 당뇨병 환자의 하루에서 DPP-4를 얼마나 지속적이고 선택적으로 저해하느냐에 있다. 이런 점에 비쳐볼 때 1일 2회 복용이 갖는 의미는 있다"고 설명했다.
건양의대 박근용 교수도 "지금까지 나온 7개의 DPP-4 억제제들을 보면 vildagliptin외에는 QD용법으로 사용한다"며 "QD용법의 약제들이 24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80% 이상 DPP-4를 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용 교수는 "일반적으로 최대 18시간쯤 지나면 DPP-4 억제율이 60% 정도로 떨어진다"며 "때문에 복약순응도는 떨어지지만 1일 2회(BID용법) 복용으로 24시간 80% 이상 DPP-4를 억제할 수 있다면 더 좋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출시된 Anagliptin 성분의 DPP-4 억제제는 이같은 물음표에 답하고 있다. QD용법의 DPP-4 억제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anagliptin은 1일 2회 복용(BID 용법)을 들고 나왔다.
Anagliptin 100mg QD 투여 시 12시간, anagliptin 100mg BID 투여 시에는 24시간 동안 DPP-4가 80% 이상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일본인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anagliptin 약물 동태 임상시험 결과, 혈장 DPP-4 활성저해율은 첫회 단회 투여 시 및 최종 투여 시에 있어서 동일한 추이를 나타냈다.
반복 투여 6일째에 하루동안의 혈장 DPP-4 활성저해율의 추이를 측정한 결과, 24시간에 걸쳐 80% 이상의 저해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문제는 환자의 복약순응도. 하지만 의료진들은 metformin과 anagliptin의 병용요법을 감안할 때 이미 BID 용법으로 metformin을 복용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anagliptin의 BID 용법의 접근도 용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부분의 2제 복합제가 BID라 anagliptin의 BID 용법과의 궁합이 좋다는 것.
서울의대 최성희 교수는 "환자는 BID보다 QD를 선호하지만 이미 metformin을 BID로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anagliptin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리고 BID에서 QD로 바꿨을 때 효과가 좋은 것은 혈당이 워낙 잘 감소된 상태에서 요구량이 줄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명백한 임상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상 교수 역시 "DPP-4 억제제 단독보다는 metformin과 병용하는 환자가 많고 metformin도 용량의존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BID, TID로 투여하는 경우가 많아 DPP-4 억제제를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BID 용법이 큰 흠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