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상| '간호인력난' 시한폭탄 안고 질주하는 병원계
메르스 후속대책으로 급물살을 탄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병원계 간호간병서비스에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병원계 불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바람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상> 대학병원들 급물살 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원계가 '간호인력난'이라는 시한폭탄을 손에 쥔채 정부 정책에 발맞춰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12일 <메디칼타임즈>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은 물론 수도권 내 다수의 대학병원이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내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 등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은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늦어도 하반기 내에 1개 병동 이상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소위 빅5병원으로 칭하는 대형병원은 검토 중이다.
특히 서울성모병원 또한 호흡기·감염 관련 병동 1개에 대해 시행하는 것을 논의 중이며 올 하반기쯤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회의를 진행 중이다.
세브란스병원은 당초 적극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인력 채용과 병동 선정 등 합의점을 찾지 못해 미정이다.
빅5병원은 아직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외 상급종합병원들은 보다 적극적인 분위기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1개 병동(일반외과)에 대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고대구로병원도 1개 병동(정형외과)에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대목동병원, 중앙대병원 등 다수의 상급종합병원이 올해 내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
12일 현재 건보공단에 따르면 최근 지정된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순천향대부속부천병원(경기도 부천시), 순천향대부속천안병원(충남 천안시) 5곳을 포함해 총 8개 상급종합병원이 참여 중이다.
앞서 정부는 당초 2018년 시행할 예정이었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올해 말까지 상급종합병원 및 서울 소재 병원을 포함해 총 4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정진엽 복지부 장관이 발벗고 나서 각 의료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고 제도적으로 내년부터 의료질지원금 가산 항목에도 포함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을 준비 중인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조만간 다수의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이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메르스 이후 감염관리 이외 의료서비스 향상 차원에서도 대세로 자리잡는 경향"이라면서 "특히 의료질지원금 평가 항목으로 추가했으니 병원 입장에선 안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간호인력 쏠림 현상.
아직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의료기관이 일부에 불과하고, 첫 시작은 1개 병동에 한해 적용하기 때문에 파장이 적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상급종합병원으로의 간호인력 쏠림이 전망된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 추산에 따르면 간호 2등급인 상급종합병원이 1개 병동(45병상, 병상가동률 91.6% 기준)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간호사당 환자 수 1:6기준)할 때 약 13명의 간호사를 추가로 채용해야한다.
동일한 기준으로 1등급인 상급종합병원이라도 간호사 10명이 더 필요하다.
즉,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에서 1개 병동씩 시행한다고 하면 약 400~500여명 간호사가 이동하는 셈이다.
경기도 모 중소병원장은 "당장은 문제될 게 없어보이지만 이들 간호사 인력이 신규보다는 경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근 중소병원에서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상급종합병원은 어떤 지 몰라도 중소병원은 일당백 역할을 해주는 경력직 간호사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면서 "이들의 이탈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모 대학병원 기조실장 또한 "조만간 시행할 것을 전제로 간호사 채용에 나섰지만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결국 타 병원 경력직 간호사를 데리고 와야하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의 간호사 쏠림은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며 병원계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앞서 신청한 상급종합병원 상당수가 간호사 충원은 5명 내외로 소수에 그쳤다"면서 "우려하는 만큼의 간호사 쏠림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