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어린이병원은 무조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에요. 하지만 우리는 그 적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 목표에요."
올해로 개원 10년을 맞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한상원 원장은 지난 10년을 이같이 평가하고 향후 청사진으로 어린이 환자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꼽았다.
일선 의원이나 종합병원에서 볼 수 있는 소아 환자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소아 이식과 같은 중증 질환 치료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다.
한 원장은 14일 "지난 2006년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8개 임상과로 출발한 어린이병원이 지금은 17개 임상과로 두배 이상 규모가 늘었다"며 "개원 당시 9만 4천명에 불과했던 외래 환자수도 21만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성과는 진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속에서도 희생정신을 발휘해 열정적으로 어린이 환자 치료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세브란스병원의 신념을 지킨 자랑스러운 과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충분히 힘든 상황이지만 그는 더욱 더 어려운 방향으로 어린이병원의 키를 잡았다. 수익성은 커녕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증측과 시스템 개편을 주도하고 있는 것.
실제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1067㎡의 공간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진료 시스템도 대대적인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한 원장이 주창하는 어린이 환자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해서다.
한상원 원장은 "아무리 적자가 난다해도 어린이병원은 1, 2차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진료하면 안된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라며 "소아감염, 소아알레르기 등은 어느 정도 수익성이 확보돼 개원가에도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는 점에서 굳이 세브란스에서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속 의료진들에게도 소아 장기이식 등 중증, 난치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돈과 수익성은 머리에서 지우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의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으로 이어지는 어린이 환자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증축된 공간에 소아심리실과 그룹치료실, 언어치료실, 놀이치료실을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일선 1, 2차 기관에서 할 수 없는 어린이 환자에 대한 전인치료를 위해서다.
다학제 협진도 마찬가지. 소아 환자를 보는데 이미 성인 환자에 비해 인력과 시간이 두배 이상 들어가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최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소아 다학제 협진을 진행중이다.
한 원장은 "어린이병원은 사회 공헌의 일환으로 공공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병원의 생각"이라며 "전인치료와 다학제협진 등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바로 그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최적화된 시설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더 희생하고 헌신하는가가 어린이병원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늘 공익을 추구한다는 목표로 더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