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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동 가느니 그만두겠다" 대학병원도 간호사 양극화

발행날짜: 2016-06-20 12:00:59

응급실·소아병동 기피 뚜렷…"사직률도 월등히 높아"

최근 대학병원과 중소병원간의 간호사 인력 양극화가 난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원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대학병원 내에서도 특정 병동을 기피하거나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 인사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특히 이러한 이유로 이직과 사직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대학병원 병원장은 19일 "간호사 이직과 사직이 특정 병동이나 부서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분명 일이 과중하다는 의미겠지만 특별히 더 지원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난감한 문제"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풀 수 있는 방법은 조금 더 빨리 로테이션을 진행하거나 수당 등을 높이는 방법이 유일하지만 안정성과 형평성을 생각하면 이 또한 쉬운 방법은 아니다"며 "대다수 대학병원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간호사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부서 중 1순위로 꼽히는 곳은 바로 소아 병동이다.

워낙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보호자와 갈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아 병동으로 발령이 난 간호사들은 이를 기피하거나 설령 배치가 됐더라도 수년내에 이직하거나 사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B대학병원 어린이병원장은 "전공이 정해진 의사직이야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지만 간호사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과도한 로딩과 스트레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서는 간호사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하다 못해 라인 하나 잡는 것도 성인 환자에 비해 월등하게 난이도가 있는데다 보호자와 마찰도 2배 이상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모든 간호 행위가 성인에 비해 2~3배 힘들다는 점에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직이나 사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응급 병동 또한 마찬가지다.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진행되는 속칭 루틴 업무가 많은 다른 병동에 비해 업무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스트레스가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폭행과 폭언 등 환자나 보호자들과 마찰이 잦은 것도 기피의 이유가 된다.

C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실은 전장으로 보자면 최전선이라고 볼 수 있다"며 "어느 군인이 후방 지원부대에 있고 싶지 최전선에 총 들고 나가고 싶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의사직이야 일정 부분 연봉 등을 조정할 수 있지만 간호직은 이 또한 쉽지 않다"며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근무 환경이 확연히 차이가 나니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이러한 기피 부서에 배치되면 간호사들이 일종의 구조조정으로 생각해 사직이나 이직을 서두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쉽게 말해 승진 코스에서 누락됐다고 판단하거나 페널티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간호사들이 많다는 의미다.

D대학병원 간호부장은 "일부 부서에 배치하면 속칭 병원에서 찍혔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간호사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정상적인 로테이션인데도 워낙 거부감이 크다보니 생겨나는 현상인 듯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특정 진료과목이나 부서를 중심으로 얼마나 의료 체계가 뒤틀려 있는지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결국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러한 문제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