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 사전 점검 프로그램 도입하는 의원은 흔한 모습. 업코딩부터 청구 누락, 이의 신청에 지친 일부 개원의들은 아예 삭감을 무시하고 진료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삭감률 0%를 자랑하는 공부형 개원의도 눈길을 끌기는 마찬가지.
20일 병의원에 따르면 삭감 청구에 대비한 개원의들의 모습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서대문구의 S내과 원장은 '삭감 무시족'. 그는 수 년 전부터 삭감을 무시한 채 진료를 보고 있다. 많게는 한달에 100만원의 진료비가 삭감되는 현실에서도 고집은 계속되고 있다. 왜일까.
S 원장은 "평균 잡아 삭감이 적은 달은 60만원, 많게는 100만원 정도에 이른다"며 "흔히들 하는 업코딩(실제 상병명을 윗 단계 상명병으로 바꿔치기)과 같은 편법을 쓰기도 싫고 이의 신청도 지쳐 삭감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돈이 아깝지만 진료에 치여 이의 신청할 겨를이 없고 환자를 위한 교과서 진료를 하고 싶어 삭감 수용을 선택했다"며 "수험생 환자를 생각해 졸리지 않는 감기약을 처방했다가 삭감이 되고, 1년 기준의 골다공증 검사를 364일째 했다고 삭감되는 현실이 그저 우스울 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 삭감 무시족이 심심찮게 있다"며 "삭감은 참을 수 있지만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한 것을 두고 마치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환자들에게 환급금을 통보하는 경우는 견디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평균 삭감률 0%대를 자랑하는 개원의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S 원장은 보험통으로 통한다. 그 역시도 10여년 전에는 삭감률이 10%를 넘었지만 지금은 많아봐야 1%를 기록하고 있다. 비결은 뭘까.
S 원장은 "한 달 삭감률이 1%가 될까 말까 하고 이의신청까지 하면 거의 0%에 수렴한다"며 "10여년 전만해도 꽤나 높은 삭감률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교과서대로 진료하고 처방했다가 삭감되는 것에 화가 나서 공부를 하다보니 삭감 기준에 정통하게 됐다"며 "진료나 학술 공부가 아닌 삭감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비자발적인 보험통이 됐다"고 밝혔다.
청구 점검 컨설팅 업체의 등장에 이어 청구 사전 점검 프로그램의 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은평구 B 내과 원장은 "청구 사전 점검 프로그램의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엔 대다수의 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다"며 "삭감률이 5% 정도에 그쳐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사전 점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삭감만 전문으로 다루는 보조 프로그램도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굵직 굵직한 차트 업체가 개발한 사전 점검 프로그램 외에 차트 연동형, 별도의 보조 점검 프로그램들까지 중소기업들이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며 "2~3년 사이에 S, P, A, R 등의 프로그램이 시장에 출시된 점만 봐도 삭감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