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입장을 정해달라."
"산하 단체가 의견을 전달해 달라."
의료계가 전화상담 수가 신설을 두고 의료계가 웃지 못한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산하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동안 산하 단체는 의협의 '오더'를 기다리겠다며 공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것.
각과 산하 단체들도 상위 단체에게 책임을 돌리며 입장을 내놓기를 꺼리는 눈치게임을 벌이자 일각에서는 이런 침묵을 수용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29일 의협은 상임이사회를 개최하고 전화상담에 대해 논의했지만 여전히 입장 정리에 실패했다.
김주현 대변인은 "아직 전화상담이 원격의료에 해당하는지 의견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산하 단체의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견을 수렴해 그 결과를 도출하는 건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전화상담이 원격이 아니라고 하고 일부는 원격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좀 더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거듭 유보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의협이 3주 간 침묵을 지킨 가운데 전화상담의 영향권에 놓인 내과의사회도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는 개인 플레이를 자제하고 대한개원내과의사회의 공식 의견 표명을 기다리겠다는 입장. 반면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의협의 입장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반응이다.
의료계의 침묵에 지친 일반과개원의협의회가 대한개원의협의회에 전화상담 수가 신설에 반대하는 성명서 발표를 요구했지만 대개협마저 "의협 입장을 최종적으로 확인해 보고 대응하겠다"고 공을 넘겼다.
입장 발표가 늦어지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복지부가 제안한 원격모니터링과 최근의 전화상담은 사실상 '명칭'만 다를 뿐 같은 제도지만 의료계의 태도는 180도 변했기 때문이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원격모니터링과 전화상담은 이름만 다르지 같은 모델이다"며 "과거 의협이 원격모니터링에 반대했던 이유는 회원들이 가지는 '원격'이라는 명칭에 대한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았다"며 "지금 전화상담에 대해 의료계가 침묵하는 이유는 사실상 회원들의 정서가 변했다는 걸로 봐야 한다"고 평했다.
이어 "시도의사회장들도 실익을 따져서 무조건 반대하자는 주의는 아닌 것 같다"며 "처방없는 전화상담이라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지만 회원들의 눈치가 보여 입장 공표를 꺼리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의협 역시 달라진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중요한 건 전화상담에 대해 의협을 구심점으로 같이 수용 여부를 논의해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며 "예전과 같은 무조건적인 반대는 없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회원들이 극심히 반대했던 만성질환 관리제도 지금 명칭을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으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며 "원격모니터링이나 만성질환 관리제 모두 회원들이 제도를 우려했다기 보다는 정부를 불신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화상담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회원들이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다만 시범사업 종료 후 제도 변경 가능성의 우려는 남았다"며 "의료계의 정서 변화 등 다양한 시각들을 반영해 산하 단체와 함께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해 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