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감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대형 대학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병원계 공통된 지적이다.
7일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2018년도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선안에 따르면 300병상에 1개 및 추가 100병상 당 1개의 음압병실을 구비해야 한다.
또한 500병상 당 1개는 전실을 갖춘 음압격리병실을 구비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1000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총 8개의 음압격리병상을 둬야하며 이중 2개는 전실을 갖춘 음압격리병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7일 일부 상급종합병원에 확인한 결과 이 기준에 맞춰 음압격리병실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조만간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일부는 이미 기준을 충족한 상급종합병원도 있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이외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여러 분야에서 감염관리 항목을 포함하면서 음압격리병실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을 충족한 의료기관도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기준을 충족한 서울권 A대형 대학병원 한 의료진은 "문제는 평상시 공실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인데 병원 재정상태가 좋지 못한 병원 입장에서는 횡포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가지정병원을 마련하지는 않고 각 상급종합병원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라면서 "정부는 법만 만들게 아니라 현실에서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권 중소 대학병원장은 "우리 병원에는 솔직히 제대로 된 음압격리병상이 없다. 이 상태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기준을 맞추라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현실에 맞춰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도 모 대학병원 기조실장은 "전실을 갖춘 음압격리병상 1개를 구비하는 데 약 2억~4억원(기존 병실 개선공사 포함)의 예산이 필요한데 과연 정부에 이에 대해 보전해 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평상시 공실로 비워 둬야하는 음압격리병상의 비용 효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공실이 지속되는 만큼 적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메르스 사태가 혹독했던 만큼 이 정도 기준을 맞춰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병원이 예산을 투자한 것에 대해선 별도의 보전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경상도 모 대학병원 주요 보직자는 "메르스 때 병동이 없어 난감해했던 기억이 다들 있지 않느냐. 음압격리병동에 대한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공사 비용을 언제쯤 회수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에 대해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임영진 회장(경희의료원장)은 "감염관리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공감한다. 병원들이 하려는 말은 정부가 규제를 제시한 것에 끝나선 안된다는 얘기"라면서 "손실을 보전해주던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모색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에 발맞추고자 상당수 상급종합병원이 숨차게 달려가고 있다"면서 "자칫 상급종합병원 포기, 수련병원 포기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