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만 65세 노인 대상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수급 대란을 빚은 가운데 올해 역시 수요 예측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백신 신청 수량보다 적게 받은 병의원들이 평균 신청 수량의 두 배 이상 신청하는 등 '허수'가 발생하면서 신청-실 수량의 차이가 수급난으로 이어질 조짐이기 때문이다.
3일 병의원에 따르면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10월 시행될 노인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과 관련해 백신 예상 수요량 산출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달부터 시작된 기관별 백신 예상수요량 조사는 12일로 끝난다.
그런데 벌써부터 예상 수요량이 지난해 기준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각 지역 보건소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원도의 A 의원 관계자는 "지난해 각 보건소에서 백신 물량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난처했다"며 "특히 대체 백신마저 반품이 안돼 손해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그는 "독감 접종이 시작되고 1주~2주에 환자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제대로 백신 예상 수요가 어렵다"며 "가장 큰 문제는 신청 물량과 공급 물량이 불일치하거나 공급 시기가 불안정해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의료기관이 보건소의 안정적인 백신 공급 약속을 믿고 실 수요대로 백신을 신청했지만 정작 공급받은 수량은 당초 신청물량의 1/2에서 1/3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
A 원장은 "작년 500개의 백신을 주문했지만 정작 받은 백신은 150개 미만이었다"며 "추가 신청도 안받아 줘서 난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는 신청물량보다 적게 받는다는 걸 감안해 아예 2000개를 신청했다"며 "2000개 중 1000개만 받아도 성공한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의 B내과 원장도 백신 신청 물량을 배 이상으로 주문했다.
B 원장은 "작년에 1400개 가량 접종을 했지만 초기에 받은 물량은 300개 수준이었다"며 "올해는 신청물량을 최대한 많이 써 내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백신 2천개를 신청하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와서 반품이 안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며 "이렇게 수요 예측도 안되고 반품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 왜 정부 통제 시스템으로 노인 독감 사업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신청수량에 허수가 발생하면서 보건소 역시 난감한 표정이다. .
C 보건소 관계자는 "작년에 처음으로 무료 노인독감 접종사업을 시작했고 중앙에서 백신수급 계획이 자주 변경돼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신청수량에 허수가 많다면 의료기관 중 피해를 보는 곳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실 수량 신청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