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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어린이병원' 작정한 정부…이번엔 성공할까

발행날짜: 2016-08-09 05:00:55

소청과 개원가 "기존 입장 고수" vs 달빛병원 "숨통 트였다"

보건복지부가 달빛어린이병원 대상을 크게 확대함에 따라 맥을 못추던 시범사업이 힘을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 참여 대상을 의원급, 모든 진료과로 확대, 오는 10월경 신규공모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서 달빛어린이병원 참여가 저조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 일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구하는 게 만만치 않고, 어렵게 운영을 시작했다가도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거센 항의로 개설했다가도 유지하기 어려웠다.

복지부는 이를 감안해 소아청소년과 이외 가정의학과, 내과 등 타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대상을 모든 진료과로 확대했다. 또 의료기관 규모도 의원급으로 풀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가로막고 있던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거듭 밝힌 셈이다.

그렇다면 복지부의 의도에 부응해 신규공모가 늘고 시범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일단 정부가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복지부가 당장 수익적인 측면에서 동기를 부여해줬기 때문이다.

현행 일반 야간초진의 경우 진찰료가 1만 7980원이지만 달빛어린이병원 야간초진은 3만6630원~3만8010원까지 4만원에 이른다.

재진도 현행 1만원1000원선에서 2만7000여원으로 2배 이상 격차가 있다. 수가적인 측면에서 확실한 메리트를 준 셈이다.

실제로 지방의 한 중소병원장은 "환자들의 수요는 분명 있다"면서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이 어려워서 시작하지 못한 병·의원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이후 워킹맘 등 젊은 엄마들이 야간 혹은 휴일에 가족 전체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야간 인건비 부담으로 병원 입장에선 어려움이 있지만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야간에는 의사 채용이 어려운데 이를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등 타과까지 가능해졌으니 숨통이 트인 셈"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참여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참여대상 및 운영방식에 자율성을 높임으로써 참여를 유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속단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소아청소년과는 이번 사업을 두고 강하게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가산료를 대폭 인상하면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대, 운영할 일을 당장의 가시적 효과 때문에 밀어부치기 하고 있다는 게 일선 소청과 개원의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모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는 "이번 발표로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의 참여가 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아동병원 원장은 "이미 다수의 소아청소년과와 아동병원에서 10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있는데 굳이 제도화 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인건비 및 시설운영 부담으로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정부 계획에 따라 참여기관은 증가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소아환자에게 긍정적인 정책인지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소청과 개원의는 "당장 참여 기관 수가 증가할 수 있지만 소아청소년의 참여가 없는 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소아환자의 특성이 있는데 질 관리가 될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