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장, 보라매병원장, 신경외과학회 이사장.
위의 화려한 이력은 정희원 전 서울대병원장(1975년졸)의 이력 중 일부다.
그는 이밖에도 분당병원건립본부장, 신경외과 과장, 대한두개저외과학회장, 대한뇌종양학회장, 세계신경외과학회연맹(WFNS) 총회 한국대표, 아시아대양주두개저외과학회 제9차대회 회장, WFNS 15차 세계학회장까지 역임하며 숨가쁘게 뛰어왔다.
그런 그가 오는 9월 보라매병원에서 제2의 인생을 연다. 16일 모처에서 만난 그는 "수십년 정든 본원을 떠나는 것은 섭섭하지만 고향과 같은 보라매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갈 수 있어 기쁘다"고 정년퇴임 소감을 대신했다.
병원장에 학회 이사장 등 대외적인 활동으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던 그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바로 후학에 대한 교육이다.
그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전공의, 의과대학생 교육을 신경쓰지 못한 것 같다"면서 "보라매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면 전공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챙기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일정에 쫒기다보니 뒷전이었던 전공의 및 의과대학생 교육과 관련해 선배 의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환자에게 인정을 받는 의사도 중요하지만 후배 의사를 양성, 그들로부터 인정 받는 의사가 되는 것은 더욱 어렵다"라면서 "남은 의사 인생은 후배양성 등 교육에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화려한 행보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나고야 대첩으로 불리는 제15차 세계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
당시 지난 2013년도 열리는 세계학회를 앞두고 개최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행사 개최국이자 경쟁국가인 일본을 누르고 한국이 과반수 지지를 받으며 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당시의 짜릿함을 잊지 못했다. 그는 "우리도 하면 될 수 있다. 자신감을 갖게해 준 사건"이라면서 "이는 개인적, 학술적으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가 더욱 놀라운 것은 3000례에 달하는 그의 수술 건수. 병원장 시절에도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손에서 칼을 놓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의사 본연의 업무를 하며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어 기쁘다"라면서 "얼마 전 3000례 수술 기록을 보며 새삼 놀라웠다"고 전했다.
매 순간 숨도 안쉬고 뛰어온 그는 보라매병원에선 여유있게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보라매병원에선 초진환자 20분 진료를 선언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자를 진료하고 싶다"면서 "남은 인생 2막에서는 그동안 아쉬워했던 환자 진료, 전공의 교육 등에 주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