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인 현지조사로 기인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안산 모 의사 사건을 계기로 청구대행 폐지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이번엔 청구대행 폐지론에 이어 의사들의 노동과 시간이 청구대행에 소요되고 있는 만큼 청구대행료나 청구대행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가세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현지조사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계기로 청구대행 폐지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청구대행은 2013년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대정부 투쟁방법의 일환으로 이슈화 시킨 바 있다.
의료기관이 의료비 중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공단부담금을 직접 청구하는 구조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급여 기준이나 삭감 기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 측의 판단.
특히 환자 편의를 위해 청구를 대행하고 있는 실정에 청구대행료는 커녕 삭감이나 현지조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볼 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상문 충남의사회장은 '청구대행료 신설'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청구대행을 중단하면 환자가 의료비 전액을 의료기관에 납부하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진료비 일부를 환급받는 구조가 된다"며 "따라서 의사들이 부당한 삭감이나 현지조사에서 자유로워지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문제는 청구대행이 폐지되면 의료기관의 이용률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며 "환자들이 병의원에 전체 진료비를 다 낸 후 관련 서류를 챙겨 공단에 직접 청구, 환급을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구대행 폐지가 의료기관의 환자 수 감소를 불러일으키는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청구대행 폐지가 이상적으로 보일 순 있어도 단기적으론 청구대행료 신설과 같은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청구 업무를 통해 병용·연령금기, 용량·투여기간 주의 약제를 확인할 뿐 아니라 삭감 이후 이의제기에도 노동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수가 신설로 청구대행의 대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
박상문 회장은 "의료 서비스를 진단과 처치라는 진료 개념으로만 보면 상담 수가는 인정하기 어렵지만 최근 금연상담 수가가 인정되지 않았냐"며 "정부로서도 청구대행 적정 보상에 대해 반박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청구대행 폐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대집 의혁투 대표는 "안산 회원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추무진 의협 회장과 면담을 통해 집행부가 나서서 건강보험 청구대행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며 "환자들이 직접 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 만큼 급여, 심사 기준의 불합리함을 공론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환자들이 공단에 청구한 진료금액중 일부만 환급되고 나머지가 삭감이 된다면 국민도 의학적 기준에서 벗어난 급여, 심사 기준에 분노를 느낄 것이다"며 "의료계가 단 하루만이라도 청구대행을 중단하면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것이다"고 경조했다.
그는 "의사들이 자비로 EMR, 전자차트, 인터넷 회선 이용료를 지불하며 청구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정작 돌아온 건 삭감과 강압적인 현지조사였다"며 "의협 집행부가 중심이 돼서 청구대행 폐지 주장에 힘을 실어달라"고 촉구했다.
현지조사 개선 촉구 결의대회에서 청구대행 중단을 촉구한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행동이지 말이 아니다"며 "회원들이 겪는 비극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청구대행 중단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