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흠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이 대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감한 안건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여전한 정치력을 과시했다.
특히 특별감사라는 도구를 통해 의협 집행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일정 부분 화해의 제스처를 내보이는 여백을 남겨 놓으면서 향후 대의원회와 집행부가 어떠한 관계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민감한 안건들 압도적 지지로 원안 통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3일 의협 3층 회의실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특별감사 보고서 채택과 김세헌 감사 불신임안, 정관개정안 등 3가지 안건을 논의했다.
결과는 단순했다. 논란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가지 안건 모두 임 의장의 의도대로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특별감사보고서는 찬성 153명, 반대 7명으로 논란이 일 가능성조차 없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숱한 논란이 일면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던 의협 사상 초유의 감사 불신임안도 찬성 106표, 반대 57표로 마무리됐다.
정관 개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부에서 이견이 나오기는 했지만 찬성 114에 반대 21로 무리없이 개정 절차가 이뤄지게 됐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대의원과 집행부는 고도의 정치적인 포지셔닝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논란이 일만한 내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안건의 통과 자체를 위한 전략을 짠 것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 대의원은 "사실 이렇게 조용하게 임총이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여러가지 정치적 포석들이 잘 맞춰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완급조절로 갈등과 반발 최소화…이후 관계가 관건
그렇다면 임총에서 나타난 임수흠 의장과 대의원회 임원들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특별감사보고서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
무려 150가지의 세부 항목은 물론, 의료일원화 등 논란이 많았던 이슈까지 검토하며 강하게 집행부를 압박했지만 실제로 도출된 보고서는 의외로 온화했다.
특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칭찬이 눈에 띄었고 지적 또한 '검토해 달라', '생각해 보자' 등의 완화된 표현으로 마무리했다.
이로 인해 의협 집행부 입장에서도 특감 보고서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았고 집행부 여러 사람을 정조준하면서도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갈등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세헌 감사에 대한 불신임안은 상당히 강경했다. 의협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을 전제로 불신임의 이유를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김세헌 감사의 불신임을 제1 목적으로 삼아 강경하게 추진하고 이로 인해 파생된 특감은 최대한 온화하게 정리하면서 집행부와 갈등을 피하고 두가지 안건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 기반을 쌓은 셈이다.
또한 특감보고서의 대부분의 내용을 '함께 해나가자' 등의 문구로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공동 발전을 유도하는 포지션을 취하면서 향후 견제의 발판을 만든 성과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이뤘지만 임 의장과 대의원회의 행보에 대한 비판도 있다는 점에서 풀어가야할 문제도 있다.
임총 전에 특별감사보고서를 언론에 노출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전에 여론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간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연 임수흠 의장과 대의원회가 이번 임총을 바탕으로 집행부와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갈지, 또한 사상 초유 감사 불신임이라는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의료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