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Y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일하던 중 쓰러진 남편의 병이 업무상 재해라며 아내 조 모 씨는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관리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은 남편의 상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이에 불복한 아내의 법적 다툼은 15년이 넘도록 현재진행형이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Y대학이 처음 소송 상대였다. 다음에는 남편이 처음 실려갔던 Y대학병원 의료진이 작성한 진료기록과 진단서, 병력기록이 허위라며 병원 의사 6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전패.
급기야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남편의 CT 영상 감정을 맡긴 서울 S대학병원 소속 감정의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최근 조 씨가 S대학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조 씨의 남편은 Y대 중앙도서관에 설치된 체크포인트 옆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돼 Y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체크포인트는 도서관을 출입하는 학생들과 외부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이다.
응급실 담당의는 응급진료기록에 진단명을 'alcohol intoxication'이라고 썼고, 또 다른 의사는 병력기록 음주란에 2bottle/day*30yrs라고 썼다. 진단서에는 병명이 만성 경막하 출혈, 경막하 수활액 낭종(의증) 등이 각각 다른 의사들에 의해 쓰였다.
조 씨는 남편의 상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관리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반려를 당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싸움 끝에 결국 졌다.
이와 함께 조 씨는 Y대학병원 소속 의사들이 응급진료기록, 진단서, 병력기록을 허위로 작성해서 요양급여 반려를 당했다며 6명의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역시 패했다.
이 과정에서 항소심 법원은 남편의 뇌출혈이 외상 때문인지 아니면 기저질환 등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S대학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A씨에게 감정 촉탁을 맡겼다.
A씨는 "경막하 혈종 원인은 외상이 많은 경우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확실한 외상의 과거력이 있다면 외상으로 인한 출혈의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감정 의견을 내놨다.
항소심 법원은 조 씨가 제출한 증거와 감정촉탁 결과만으로는 Y대학병원 의사들이 작성한 응급진료기록, 진단서 등을 고의로 허위 작성했다고 할 수 없고 오진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조 씨는 "A씨는 외상에 의한 뇌출혈이라는 감정 의견을 회신했어야 하는데 Y대학 청탁을 받고 허위의 감정의견을 내 패소 판결을 받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조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막하 출혈이 자발성 출혈이 아닌 외상에 의한 출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은 문언에도 나와 있다"며 "다만 A씨는 경막하 출혈 발생에 따른 요인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고려해 확실한 외상의 과거력이 있다면이라는 문구를 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접 상황을 목격하지 않은 A씨로서는 당시 촬영된 CT영상과 자신의 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경막하 출혈의 가장 유력한 발생 원인을 사후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경막하 출혈을 외상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고 해서 허위의 감정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2심 재판부도 "항소심이 원고 패소 판결을 한 것은 당시 제반 사정에 비춰 내린 결론 "이라며 "단순히 A씨 감정 의견만 놓고 봤을 때는 남편의 뇌출혈이 외상성 뇌출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어서 조 씨 주장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