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약사의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 질의와 관련, 10만원까지 식사 접대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제약사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권익위가 부정청탁금지법이 약사법이나 공정경쟁규약과 같은 기존 법령을 인정하는 내용을 밝힌 만큼 제약사들은 '업계 관행'에 근거해 홍보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방침.
3만원으로 책정된 식사비 예산을 다시 10만원 한도로 다시 편성하는 등 다수의 제약사들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도 큰 판도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19일 제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의 김영란법 관련 유권해석 이후 업계 관행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앞서 한국제약협회는 약사법이 허용하고 있는 제품설명회 후 10만원 식음료 제공이 김영란법이 규정한 3만원 식사비 한도에 저촉되는지 여부 등을 질의한 바 있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은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을 인정한다"며 김영란법 이전에 제정된 약사법의 한도 범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권해석 이후 변호사들도 앞다퉈 "약사법 시행규칙이 허용하는 경우는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수 없다"는 자문결과를 내놓으면서 제약사의 숨통을 틔이게 하고 있다.
실제로 부경복 TY&PARTNERS 변호사는 '부정청탁금지법과 공정경쟁규약의 조화' 기고글을 통해 "약사법 시행규칙 별표가 허용하고 있는 식사비(10만원), 판촉물(1만원), 기념품(5만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그대로 허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대상자가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보건의료 전문가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금액 기준이 없는 숙박의 경우 1박당 40만원이 넘는 관행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대표변호사 이경권)도 청탁금지법이 그밖에 다른 법령, 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김영란법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을 내비췄다.
엘케이파트너스는 "제약사의 제품설명회는 약사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내용이다"며 "따라서 이는 청탁금지법이 말하는 그밖에 다른 법령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리상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 시판 후 조사, 기타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마일리지 등은 약사법령에서 허용하는 행위 역시 청탁금지법상 적법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
사실상 제약계가 약사법과 공정경쟁규약 등 기존 법령 인정이라는 우산을 쓰고 있는 만큼 김영란법의 소나기로 인한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제약사 CP 관계자들도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식사비용으로 3만원을 책정했던 제약사들이 이번 유권해석으로 10만원 한도로 다시 예산을 책정했다"며 "유권해석에서 향후 김영란법의 독소조항을 변경할 가능성을 내포했지만 지금으로선 별다른 김영란법의 영향을 느끼긴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약사법과 공정경쟁규약에서 정한 한도를 이미 지켜왔고 이런 규정이 그대로 유지된다"며 "솔직히 김영란법 시행 이후 홍보 활동이 보수적으로 급변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약협회와 논의해 봐도 당장 김영란법이 변경되지 않는 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의견을 얻었다"며 "몸을 사리고 있는 건 맞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새로운 제도 시행 때마다 있는 의례적인 반응일 뿐이다"고 말했다.
B 제약사 관계자는 "권익위 유권해석에 기반해 홍보 활동을 하겠다"며 "다만 일부 문제가 되는 자문 등은 명쾌한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