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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고혈압 치료 기준, 패러다임 움직일까?

원종혁
발행날짜: 2016-09-23 05:00:40

서울 개최 세계고혈압학회, 목표 혈압치 'SPRINT 결과' 집중 논의

'혈압은 낮출수록 좋다'는 최신 'The lower is the better' 전략의 밑거름이 된 SPRINT 연구.

이를 두고 오는 24일부터 29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고혈압학회(ISH)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예고됐다.

완화되는 듯 보였던 목표 혈압 기준, 적극적 관리로 회귀?

작년 미국심장협회(AHA) 연례학술대회에서 SPRINT(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임상 결과가 발표되며 학계 이슈를 던졌다.

SPRINT 연구는, 순환기질환의 위험이 높은 5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수축기혈압(SBP)을 정상에 가까운 '120mmHg 미만'으로 강력하게 조절했을 때 기존 '140mmHg 미만' 치료군보다 치명적 및 비치명적 주요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심혈관 원인 사망, 모든 원인에 기인한 사망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SPRINT 하위분석 연구 결과도 고령 환자에서 강도 높은 수축기혈압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약 3.1년간에 걸친 추적관찰기간, 75세 이상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집중치료군과 표준치료군의 혜택을 비교한 것.

연구 결과, 75세 이상 보행 가능한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SBP를 120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은 기존 SBP 140 미만보다 주요 심혈관 사건의 발생 및 모든 원인의 사망을 감소시켰으며,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는 데 힘을 실었다.

다만 SPRINT 연구는 아시아인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당뇨병 및 뇌졸중 환자가 빠져있어, 주요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게 한계로 지적받았다.

SPRINT 연구, 국내 고혈압 진료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이러한 SPRINT 결과를 놓고, 실제 진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계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고혈압학회(ISH)는 SPRINT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기존 진료지침에서 제시한 140mmHg 미만보다 낮은, SBP 130mmHg을 타깃으로 하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해당 성명서는 고혈압학회지(Hypertension) 2016년 6월 3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바 있다.

이에 이번 제26차 세계고혈압학회 'HYPERTENSION SEOUL 2016'에서도 SPRINT 연구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마련된 SPRINT 연구 세션은 오는 24일 위성심포지엄(Satellite Symposium)을 통해 심장내과, 신장내과, 신경과 등의 3개 전문가 견해가 논의된다. 이외 6개의 세션에서 SPRINT 임상결과를 토론한다.

혈압 목표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어느 쪽에 모아질 지 귀추가 주목되며 고혈압 치료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심혈관계 고위험군 특성 고려, 혈압 강하 필요"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관리에 있어 목표 혈압에 관한 다양한 논란에도 불구,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실천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부분 의료진이 동의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신진호 교수는 "특히 아시아 고혈압 환자의 경우 과도한 염분섭취, 비만으로 인한 고혈당 및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증후군이 동반되는 경향, 빠른 고령화와 고혈압 환자의 합병증으로 뇌졸중 위험이 높다는 점 등은 혈압관리에 있어 함께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염분 섭취가 많은 아시아인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2010년 Asian Classic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염 민감도가 높은 동양인에게는 고혈압 치료제 중 칼슘차단제(CCB) 계열이 서양인보다 효과적이었다.

특히 한국인은 심혈관계 위험 중에서도 특히 뇌졸중 위험이 높은데, CCB 계열인 암로디핀은 동양인의 24시간 혈압강하에 효과적이며 뇌졸중 위험 요인인 혈압 변동성을 감소시킨다는 강점을 가진다.

때문에 ASCOT-BPLA 임상 연구를 통해, CCB를 페린도프릴과 병용 투여하면 혈압강하 효과를 더욱 증가시켜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사건, 사망률 모두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페린도프릴과 유사 약리기전을 갖는 ARB와 CCB의 병용투여가 권장된 것.

최근에는 여러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목표로 혈압강하를 위해 CCB와 ARB 복합제인 노바스크 브이(성분명 암로디핀+발사르탄)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CCB계열 암로디핀과 ARB계열 발사르탄 제제는 단일요법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의 91.5%를 목표 혈압에 도달시켰다.

국내 고혈압 환자 721만, 환자 83% 혈압강하제 처방

한편 보건복지부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노인 인구 1000만명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데 고혈압 환자 수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의 적정성 평가 결과에선, 고혈압 환자는 721만명이었다. 이들 중 83%는 1년에 292일 이상 혈압강하제를 처방받아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