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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전쟁'에 빠진 백신시장…"가(價)를 높혀라"

발행날짜: 2016-09-24 05:00:58

의료진 "다가 백신 프리미엄 인식 형성…환자들, 가격 비싸도 선호"

백신 시장에서 2종 이상의 항원을 함유하고 동시에 복수의 혈청형 또는 병원미생물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는 '다가(多價) 백신'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WHO의 4가 백신 접종 권고를 이유로 국내 독감 시장이 기존의 3가에서 4가로 재편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자궁경부암 백신은 2가에서 4가를 거쳐 9가 백신이 시장 진입을, 영유야 5가 혼합백신은 6가를 향한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LG생명과학은 6가 액상 혼합 백신 (LBVD)에 대한 임상시험 승인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생명과학이 개발에 나선 6가 혼합백신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간염, 뇌수막염에 폴리오 예방 기능을 더한 것. 쉽게 말해 5가 혼합백신 유펜타에 이모박스폴리오주(폴리오)를 덧붙인 제품이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5가 혼합백신보다 예방 범위가 넓은 많은 만큼 시장 경쟁력이 있다"며 "이르면 2년 안에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독감 시장은 4가 백신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4가 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의 출시를 필두로 최근 녹십자가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를, SK케미칼은 '스카이셀플루4가'를 출시한 가운데 최근 일양약품의 '테라텍트 프리필드시린지주'까지 가세했다.

세계보건기구 WHO, 유럽의약품안전청 EMA,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CDC 등이 4가 백신 접종을 권고하면서 '4가=프리미엄'이라는 공식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

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최근 제약사들이 4가 백신을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면서 환자들도 한 번 접종으로 다양한 면역을 획득코자 한다"며 "4가 백신이 1만원 정도 더 비싼 접종가를 형성하는 등 프리미엄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GSK가 공중파 광고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 4가 독감 백신 '플루아릭스TM 테트라'는 최근 시장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궁경부암 백신도 숫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MSD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4가백신)'로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서 우위를 점한 가운데, 최근 발매한 동종 9가백신으로 시장에 쐐기를 박는다는 계획이다.

2가 백신 서바릭스는 HPV 예방 범위가 2종(16,18)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가다실 4가(6,11,16,18)나 가다실 9가(6,11,16,18,31,33,45,52,58)에 우위를 점하기를 힘들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환자들도 한 번의 접종으로 다양한 항원을 획득하길 원한다"며 "제약사도 자사 보유 백신의 장점을 숫자로 환원해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가다실 9가의 시장 출시 이후 산부인과도 배너 광고 등을 통해 가다실 접종을 홍보하고 있다"며 "기존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9가를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