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지만, 의료계 모든 길은 '수가'로 통한다.
다양한 분야, 새로운 주제라도 결론은 약속이니 한 듯 '수가 신설 및 확대'로 마무리 되니 과언도 아니다.
지난 27일 결핵 및 호흡기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학회 측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조기 치료제로 주로 사용하는 흡입용 기관지확장제이지만 1차의료 즉, 개원가에서는 여전히 후진적인 경구용 약 처방이 더 많다는 지적이었다.
개원의는 왜 흡입용 기관기확장제가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 경구용 약을 처방할까.
이유는 이랬다. 흡입용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장시간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저수가로 정해진 시간 내에 환자 한명이라도 더 진료해야하는 개원가 실정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결핵·호흡기학회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교육수가 신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교육수가를 신설하면 개원의들도 환자 설명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공감대를 함께하는 천식·알레르기학회도 연대해 TFT를 구축, 의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정부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 씁쓸하지만, 지난해 의료질평가지원금에 목 매달고 정부가 정한 기준을 맞춘 의료기관들이 올해 상반기 청구액 현황을 보면 이해가 간다.
당시 예산을 쏟아부으며 음압병상 기준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의료기관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상반기 청구액은 크게 증가했으니 말이다.
도대체 의료계는 언제쯤 '저수가'의 늪에서 벗어날까. 오히려 정부가 짜놓은 치밀한 수가 정책에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쯤 고민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