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시범 케이스가 될까 대학병원들이 강도높게 임직원들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선 교수들의 법인 카드 사용 내역까지 꼼꼼하게 모니터링에 들어가고 사전 품의까지 요구하면서 아예 카드를 반납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모습이다.
A대학병원 보직 교수는 3일 "다른 곳도 아니고 원내 커피숍에서 4만원어치 커피를 결재했는데 세부 내역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무슨 공산 국가도 아니고 이렇게 까지 해야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다음부터는 아예 법인 카드를 책상에 넣고 다닌다"며 "속된 말로 더러워서 이거 쓰겠느냐"고 덧붙였다.
대부분 대학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혹여 법 시행 초기에 시범 케이스로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에 강도 높은 모니터링이 진행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B대학병원 교수는 "아예 법인 카드 사용시 사전 품의를 제출하고 승인이 나면 사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상황은 이해하지만 무슨 거지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해서 카드 쓰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매번 반복해서 진행하고 있는 원내 교육도 불만사안 중에 하나다. 바쁜 업무속에서 반복되는 교육에 참석하는데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
게다가 교육 자체가 법으로 규정돼 있다보니 무조건 필수 참석을 요구하고 있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임직원들이 많다.
A대병원 관계자는 "벌써 4번이나 교육에 잡혀있다 왔다"며 "교육이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밀린 업무도 많은데 몇차례씩 똑같은 내용을 듣고 있자니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김영란법으로 인해 병원 구내식당 등이 유례없이 붐비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부 원내 식당은 가격을 조정하는 사례도 나온다.
교수 식당 등에서 제공했던 고가 메뉴를 2만원대로 가격을 조정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C대학병원 관계자는 "1차팀으로 11시 30분에 구내 식당에 갔는데 적어도 80~90명은 줄을 서서 있더라"며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가운들도 줄줄이 줄을 서있어 놀랐다"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이로 인해 빨리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직원들이 오히려 외부 식당으로 나가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교수 식당 일부 메뉴는 없어지거나 2만원대로 가격을 낮췄지만 썰렁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병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영업을 하던 인근 식당들은 아예 텅텅 비어버리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혹시 문제가 될까 싶어 아예 병원 근처에는 접근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대병원 관계자는 "벌써부터 병원 근처에 란파라치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아예 근처 먹자 골목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부분 대형병원들은 상황이 다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며 "몇달 지나지 않아 문 닫는 식당들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