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폐암신약 '올리타정(올무티닙)' 기술 수출 파기와 관련해 향후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경쟁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신약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이 미국 FDA의 신속 승인 등 주요 의약품 선진국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올리타정의 시장 선점 경쟁뿐 아니라 진행중인 임상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권리 반환의 주요 이유로 시장성을 들면서 향후 한미약품의 올리타정 임상과 개발에 추가적으로 쏟아야할 비용이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 한미약품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베링거인겔하임의 권리 반환 이후에도 임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한미약품의 부담으로 계속 유지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현재 127명이 임상을 진행 중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서한 배포에 따라 신규 환자 등록은 받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은 향후 임상 등 개발 계획에 대한 수정 가능성을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계획.
라이벌 주자인 타그리소가 성공적인 임상 3상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면서 올리타정의 시장 선점 경쟁이 뒤쳐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베링거인겔하임은 권리 반한의 주요 이유로 올리타정의 시장성을 들었다.
2017년 전세계 허가를 목표로 하는 타그리소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승인을 받아 올리타정보다 1~2년 시장 진출이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베링거인겔하임은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타그리소)의 3상 결과 및 변화하는 혁신치료제의 경쟁환경에 대한 정보와 올무티닙(올리타정) 글로벌 임상 2상 시험의 중간 결과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권리를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미 성공적인 임상 결과로 시장 장악이 유력시 되는 마당에 올리타정의 지속 개발이 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
더 큰 문제는 타그리소의 시장 진입이 한미약품의 임상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한미약품의 고민도 여러 군데서 포착된다.
한미약품은 "오시머티닙과 올무티닙은 경쟁관계로 올해 아스트라제네카가 먼저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며 "풀데이터를 가지고 최종승인을 받으면 (올리타정이) 임상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로 폐암신약의 임상이기 때문에 대안(타그리소)이 생기면 임상 자체가 더뎌진다"며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개발 속도도 더 빠르다"고 우려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권리 반한으로 한미약품은 자비를 들여 베링거인겔하임이 진행하던 미국 임상을 포함해 글로벌 임상 2상을 내년 8월까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2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베링거인겔하임 주도의 임상을 이제 한미약품이 떠맡게 됐지만 여전히 시장성은 숙제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임상 비용 투자가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외적 요인에 의한 올리타정의 시장 진출 저해 가능성도 점쳐진다.
4일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 인과관계 판단 및 추가 안전조치 필요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올리타정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투약자 731명 중 해당 의약품과 관련성이 있는 독성표피괴사용해(TEN) 2건(사망 1건, 입원 후 회복 1건),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 1건(질병진행으로 인한 사망) 등 중증피부이상반응 발생이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