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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사무장인 병원에 요양급여비 환수 '위법'

박양명
발행날짜: 2016-10-05 14:09:41

서울고법, 안산튼튼 패소 1심 뒤집었다 "네트워크와 사무장병원 다르다"

네트워크 병원도 사무장병원으로 규정하고 요양급여비를 환수 하던 건강보험공단의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 병원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이균용)는 최근 튼튼병원 네트워크 안산점(이하 안산점)의 홍 모 원장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안산점을 처음 개설한 박 모 원장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의사를 고용하고 네트워크 병원을 운영해왔다. 홍 원장은 박 원장에게 월급을 받으며 이름만 빌려줬고, 튼튼병원 네트워크의 실질적 운영자는 박 원장이었다.

건보공단은 의료법 33조 8항, 1인 1개소법과 명의대여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4조 2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안산튼튼병원에 지급했던 요양급여비 74억여원에 대해 환수 처분을 내렸다. 건강보험법 57조에 근거해 부당이득금으로 본 것이다.

건보공단은 안산점을 의사가 의사를 고용해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도 사무장병원으로 봤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긴을 개설한 의료기관은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즉, 사무장병원과 다르다고 해석했다.

쟁점은 안산점이 건보법 42조 1항 1호에서 정하고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는지, 건보법 57조 1항의 '환수대상'에 해당하는지다.

건보공단은 "건보법 42조 1항 1호의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기관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렇게 해석하면 의료법 36조에 정한 시설기준 중 경미한 위반행위가 있음을 간과하고 행정청이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한 경우까지 모두 무효라고 보게 됨으로써 요양기관의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돼 당연지정제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법 33조 4항에 따라 허가를 받았다면 그 허가가 당연무효가 아닌 건보법 42조 1항의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 "안산점은 경기도 안산시장에 의해 적법하게 의료기관 개설허가가 났고 홍 원장 명의로 적법하게 명의 변경 허가가 이뤄졌으며 병원이 의료법 33조 4항, 7항에 따른 시설기준을 갖추고 있는 사실은 특별히 다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개설 자체가 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복수 의료기관 중 중복개설의 주체 박 원장을 기준으로 최초에 개설된 의료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기관이 법에 위반된다고 보아 이에 상응한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안산점은 문제된 복수의 병원 중 박 원장이 최초로 개설한 병원이므로 개설 자체가 법에 위배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 "1인1개소법 위반 제재 수단 있음에도 환수 처분, 과다한 규제"

법원은 안산점이 요양급여비 환수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이든 네트워크병원이든 형식적으로 명의를 대여한 의료인에 의해 의료가 이뤄진다는 면에서 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사무장병원은하나의 요양기관만 개설 운영되는반면 네트워크는 두 개의 요양기관이 개설 운영되므로 영리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건보법과 의료법의 목적을 다르게 봤다. 건보법은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적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보험 체계의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고, 의료법은 의료인의 자격을 명시하고 의료행위를 제공함에 있어서의 방식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

재판부는 "건보법 상 속임수로 보험급여비를 받은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위반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보호가치가 없는 행위로 건보법상 보험체계를 교란시키는 정도에 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의 복수 개설, 운영에 대한 제재 수단이 있음에도 보험체계를 교란시키지 않은 의료법 위반행위를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를 받은 경우에 포함시켜 환수처분으로 제재하려는 것은 과다한 규제"라고 덧붙였다.

또 "법률 자체가 사무장병원, 네트워크병원 양자의 불법성을 달리 평가하고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며 "병원의 개설과 운영이 의료인에 의해 이뤄지는지 여부에 있어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 병원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의사가 사무장이라면, 별도 행정처분 있어야 환수 가능"

홍 원장측 변호를 맡은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법원이 1인1개소법 자체는 헌법상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도 현행 의료법과 건보법의 규정과 입법 연혁을 체계적으로 고찰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상 명의대여 개설 금지나 복수개설 금지 규정은 사무장병원과 달리 위법하지만 그 정도가 중대명백한 정도는 아니므로 진료대가인 보험급여비를 부당이득이라고 할 수없다"며 "만일 부당이득으로 환수하려면 별도의 처분으로 개설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의료인의 복수개설 금지 규정 위반 행위는 의료법상 형사처벌이나 의사면허자격 정지 등 제재는 유지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급여 비용의 지급정지나 환수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요양기관 자격 상실이나 의료기관 개설 취소 등의 처분을 한 후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