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승인 비만치료제로는 제니칼 이후 13년 만에 처음 나온 벨빅이 '블록버스터' 약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반면 올해 출시된 콘트라브는 벨빅 대비 우수한 체중감소 효과를 자랑하면서도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벨빅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IMS헬스 자료에 따르면 벨빅은 올해 2분기 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벨빅은 시장에 출시된 지난해 1분기 25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 34억 5000만원, 3분기 35억 9000만원, 4분기 40억 4000만원으로 꾸준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36억 8000만원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2분기에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41억원 대 매출을 찍었다. 상승세를 고려하면 올해 150억원 대의 레이스를 기록하며 확실한 블록버스터 약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반면, 올해 6월 출시된 콘트라브는 2분기 4억 6000만원 매출에 그쳤다. 첫 출시에 25억원을 기록한 벨빅에 비하면 18.4%에 그친 성적.
주목할 점은 콘트라브의 체중감소 효과가 벨빅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아이오와카버의대 Rohan Khera 교수팀이 공개한 연구(총 2만 9018명 대상, 1년 경과 관찰)에 따르면 체중 감소효과는 큐시미아가 약 8.8kg, 삭센다 약 5.3kg, 콘트라브 약 4.99kg, 벨빅 약 3.2kg, 제니칼이 약 2.6kg 순이었다.
이처럼 콘트라브가 벨빅에 비해 체중 감소 효과에서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비만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것과 관련해, 의료진의 비만치료제 선택이 반드시 효과에만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만연구의사회 관계자는 "콘트라브가 효과가 더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울렁거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벨빅 역시 두통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환자들의 저항은 덜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콘트라브가 비향정신성약물이라는 장점이 있어 환자들이 먼저 찾는 경우도 있지만 처방 후 울렁거림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각각 약제에 효과와 부작용, 가격 등 장단점이 있어 무엇이 더 좋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벨빅이 시부트라민 퇴출 이후 5년만에 처음 나온 약이라 시장 선점의 효과가 주효했을 것으로 본다"며 "이미 무주공산인 비만시장을 벨빅이 차지한 만큼 후발주자의 선전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두 약제를 모두 복용한 모 대학병원 교수는 "벨빅은 효과가 떨어져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콘트라브는 효과가 좋지만 울렁거림이라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콘트라브가 종합병원에 많이 풀리지 않은 점도 시장 장악에 장애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콘트라브의 출시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의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벨빅을 출시한 일동제약 측에서도 안전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벨빅은 세로토닌2C 수용체(5-HT2C)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심혈관계 부작용 등을 회피하면서 식욕억제와 포만감 증대를 유도함으로써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식욕억제제인 펜터민 류나 펜디메트라진 류는 임상 등 장기 안전성에 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부작용의 위험으로 인해 3개월 미만의 단기 처방이 권고되고 있다"며 "반면 벨빅은 2년간의 임상을 통해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